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집단이자 208개의 가입국을 거느린 단체다. 비주권 국가를 개별 국가로 인정하기 때문에 국제연합(UN)보다 FIFA에 가입된 나라가 더 많다.
전 세계 인구가 축구장 안에 있는 공과 선수에 집중할 때 FIFA는 축구장 밖을 바라보며 주판알을 튕겼다. 2013년 FIFA가 기록한 13억 달러 이상의 연간 매출과 14억 달러 이상의 유보금은 그렇게 쌓였다.
그만큼 FIFA의 힘은 막강하다. 스포츠라면 자신들이 최고라 생각하는 미국조차도 축구에서만큼은 입김이 약하다. FIFA가 주도하는 월드컵은 이런 모든 것이 결합한 산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 최고의 축제라는 월드컵의 달콤함 뒤에는 자본의 노림수가 항상 숨어있다. 중계권부터 광고권까지 모든 것은 대회 기간 FIFA에 귀속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어떻게든 월드컵 중심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FIFA 관련 사업에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는 '공식파트너'와 월드컵 기간에 한해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갖는 '월드컵스폰서' 모두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지구촌에 '빅맥 지수'라는 단어를 만든 맥도날드조차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공식파트너에 들어가지 못하고 월드컵 스폰서에 머문 것에서 새삼 FIFA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거침없이 달리는 FIFA의 이런 행보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2022 카타르월드컵이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뻔했는데 FIFA는 이마저도 막대한 자본력으로 뚫어가는 모양새다.
FIFA는 지난 20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12월18일에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50도를 오르내리는 카타르의 뜨거운 여름을 고려해 사상 첫 겨울월드컵을 선택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근거는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세계 축구계는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이미 카타르월드컵 선정 과정부터 FIFA는 각종 부정부패에 휩싸였다. 그 과정에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을 향한 뇌물 의혹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6월 영국 언론 '선데이타임스'는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함만 전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이 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타르월드컵 겨울 개최는 세계 축구의 중심지라 불리는 유럽과의 마찰도 당연했다. 유럽 주요 축구 리그 일정과 카타르 월드컵의 일정이 뒤엉켰기 때문이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분데스리가(독일),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앙(프랑스) 등 주요 유럽리그는 보통 8월에 시즌을 시작해 다음해 5월 마친다.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열릴 카타르월드컵은 정확히 이들 리그의 중반을 관통한다.
시즌 중간에 월드컵 개최는 리그 일정 변동과 선수 차출 등의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며 이는 곧 중계권료와 같은 수익 문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는 강한 자긍심이 있는 유럽 입장에서는 이런 FIFA의 일방통행이 달가울 리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월드컵 4년 중간에 유럽축구연맹(UEFA)이 4년마다 개최하는 유로 대회가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유로 대회를 놓고 "출전국 경기력만 놓고 보면 월드컵 못지않게 수준 높은 대회"라는 찬사를 하고 있다. 유럽 각국들이 카타르월드컵에 큰 반발을 하는 게 당연한 셈이다. 실제 칼 하인츠 루메니게 유럽클럽협회(ECA) 회장은 유럽 리그의 일정 조정과 중계권료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FIFA에 카타르월드컵과 관련한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반발을 예고했다.
그러나 FIFA는 이런 문제를 일사천리로 풀면서 유럽의 반발을 단번에 돌려세웠다.
FIFA는 러시아월드컵 포함 카타르월드컵에 선수를 내보내는 팀들에 각각 2억900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ECA 등 카타르월드컵 겨울개최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FIFA는 최소 4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닌 셈이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UEFA도 이제 카타르월드컵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영국 출신의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겨울월드컵이 관중과 선수 모두에게 신선하다"며 "다함께 힘을 합쳐 겨울월드컵을 완성하자"고 반대했던 인사들을 다독였다.
거대한 유럽 팀들의 입김조차 FIFA는 돈으로 찍어 누르며 자신들의 뜻을 관철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역시 그들을 막을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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