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홍명보·허재, 한국 스포츠 영웅 ‘감독 잔혹사’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2.10 16:03  수정 2015.02.10 16:10

홍명보-선동열, 재신임 받았지만 팬들 반발로 하차

허재 감독, 3년째 성적부진 책임지고 자진 사퇴

스타 출신 감독으로 한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선동열(왼쪽부터), 홍명보, 허재 감독이 1년 사이에 나란히 불명예 퇴진했다. ⓒ KIA 타이거즈 /연합뉴스

한국 스포츠를 빛낸 영웅들에게도 감독 자리는 이토록 무겁고 어려웠던 것일까.

스타 감독 잔혹사가 2015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주 KCC 허재 감독이 9일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KCC는 이번 시즌 9경기를 남긴 현재 11승 34패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이미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허재 감독은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허재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스타 출신이다. 실업 기아자동차 시절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고 1997년 프로 원년 우승, 98년 챔피언결정전 MVP 등 줄곧 화려한 길을 걸어왔다. 한국농구사에서 오직 허재 감독에게만 허락된 ‘농구대통령’이라는 수식어는 그가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허재 감독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또 다른 인물들이 바로 선동열 전 KIA 감독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허재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모두 한때 각 종목에서 한국스포츠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설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지도자로서도 한때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스타 출신 감독의 모범처럼 꼽혔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나란히 몰락했다.

선동열 감독은 친정팀 KIA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3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고 마지막 두 시즌은 8위에 그치는 굴욕적인 성적표에 머물렀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중용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자신이 잘 아는 선수들만 중용하는 ‘의리축구’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며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물러나는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선동열 감독과 홍명보 감독은 부진한 성적에도 재신임을 받았다가 여론의 역풍에 휘말려 결국 반강제로 하차했다. 선동열 감독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안치홍의 잔류를 요청하면서 임의탈퇴 협박설에 휘말린 것이 결정타였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탈락 이후 부실했던 대회 준비를 둘러싼 구설수와 토지 매입-회식 논란 등 각종 비하인드 스토리가 폭로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허재 감독은 그나마 앞선 두 감독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여론에 밀려 하차했던 다른 감독들에 비해 자신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적 부진도 허재 감독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주전들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동정을 받는 부분도 있다.

이들은 모두 현역 시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위상을 지닌 한국 스포츠의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모두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겪으며 선수시절의 위상에 생채기를 남겼다. 이들이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다시 스포츠팬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