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4명’ KGC, 성적은 별개?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11.17 09:21  수정 2014.11.17 09:26

아시안게임 후유증-잔부상-백업 부재 ‘조직력 저하’

더 큰 문제는 벤치 역량..자신감·신뢰 하락 악순환

우승 주역인 이상범 감독과 결별하고 이동남 대행을 선택한 것은 KGC 구단의 패착이다. ⓒ 연합뉴스

안양 KGC 인삼공사가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GC는 '2014-15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 개막 후 4승 10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주전급 멤버 4명이 모두 전·현직 국가대표 출신으로 리그 최상급의 라인업이지만 이름값은 이름값이고 성적은 별개다.

나름 변명의 여지는 있다. KGC는 지난해와 비교해 주전 라인업이 거의 물갈이됐다.

양희종과 박찬희는 장기간 국가대표팀 차출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뒤늦게 합류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조기전역 혜택을 받으며 예상보다 팀에 빨리 합류한 오세근도 잔부상과 경기체력 부족으로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당연히 조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전들이 부진할 때 뒤를 받쳐줄 백업과의 기량차도 큰 편이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면이 더 크다. 아무리 초반이라고 하지만 KGC의 전력이 5할 승률도 못 미칠 정도의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초반부터 리그 양극화가 뚜렷하다. 울산 모비스, 고양 오리온스, 서울 SK, 원주 동부 등 4팀이 7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인 반면, 나머지 6개팀이 4할 이하의 승률이다.

KGC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 팀들이 수두룩하다. 각각 8연패-9연패 수렁에 빠졌던 부산 KT와 인천 전자랜드는 KGC보다 선수구성이나 팀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여전히 더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나 부상 문제는 결코 KGC만의 핑계가 아니다.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 역시 KGC의 패착이다. 리온 윌리엄스는 그럭저럭 제몫을 하고 있지만 정작 기대했던 CJ 레슬리는 좀처럼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별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올 시즌 중하위권이 하향 평준화되다 보니 여전히 KGC에게 희망이 남아있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 정도 호재에도 불구하고 '전력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벤치의 역량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올해 2월부터 이상범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물려받은 아직 초보 사령탑이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선수교체나 체력 안배, 위기관리 등에서 아직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예고된 부분이다.

그러나 굳이 우승 주역인 이상범 감독과 결별하고 이동남 대행을 선택한 것은 KGC 구단의 결정이다. KGC의 선수구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경험을 쌓아야하는 리빌딩 구단이 아니라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팀에 가깝다.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농구인생에서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나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 지난해와 올 시즌 동부의 차이를 보더라도 '감독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KGC 구단은 검증되지 않은 초보 사령탑, 그것도 정식도 아닌 '감독대행'으로 선택하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자초했다.

올 시즌 KGC는 잘 싸우다가도 후반 경기운영 실패로 자멸하거나 역전패당한 경기가 상당수다. 16점차를 뒤집힌 지난 5일 모비스전(69-73)이나, 16일 KT전(66-76) 등은 사실 선수들보다 벤치의 경기운영 미숙이 더 두드러진 한판이다.

야투난조, 체력하락 등 패인은 많지만 궁극적으로 그런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는 것이 바로 벤치의 역할이다. 올 시즌 KGC는 '이길 수 있었던' 혹은 '이겼어야할 경기'를 너무 많이 놓치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다 보면 선수들의 자신감과 신뢰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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