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자’ 넥센…한국형 머니볼의 가능성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11.11 23:06  수정 2014.11.11 23:10

최강 삼성 맞아 한때 벼랑 끝 내몰며 투혼 발휘

구단주의 뚜렷한 야구관, 올 시즌보다 내년이 더 기대

아쉬운 준우승이지만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은 충분히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 연합뉴스

넥센은 불과 3년 전 최하위에 머물던 약체팀이었다. 팀의 재정도 탄탄치 못해 야구단 운영 유지 자체에 의문 부호가 붙던 팀이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은 11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마운드가 무너지며 1-11 대패했다. 이로써 넥센은 우승의 꿈을 뒤로 하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아쉬운 준우승이지만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진 넥센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악전고투를 펼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이다. 강팀의 조건을 완성한 넥센의 역사에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지난 2008년 넥센의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가 프로야구계에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성공을 믿는 이는 사실상 제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프로구단. 게다가 재정마저 탄탄치 않아 KBO 가입금 문제에 봉착했고, 급기야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 방식으로 팔아치우며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이장석 대표는 지난 2009년 12월,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그가 던진 말은 "계획대로라면 2014년에 우승권에 접근할 수 있다"였다. 막 장원삼, 이현승, 이택근 등의 현금트레이드가 이뤄진 직후라 그의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그로부터 5년 뒤, 이장석 대표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지난 5년간 넥센은 이른 바 '한국형 머니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2011년 최하위 이후 거포 유망주들을 영입하며 대포군단으로 중무장한 넥센은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이어 올 시즌에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재정적 문제도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장석 대표는 뒤에 앉아서 지휘하는 타 구단 대표들과 달리 직접 발로 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모습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메이저리그 단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의 별명 또한 '빌리 장석'이다.

'빌리 장석' 이장석 대표가 프로야구에 던진 메시지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는 대기업들의 이미지 마케팅 도구로 여겨지던 프로야구가 수익형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인물이다.

야구 종목 특성상 최고의 흥행요소이자 볼거리는 아무래도 시원한 홈런포다. 거포형 타자 수집에 힘을 기울인 넥센은 박병호와 김민성, 이성열 등을 영입했고 강정호를 최고의 유격수로 길러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그야말로 통한의 준우승에 그쳤다. 시스템 야구를 완성시킨 삼성과 전력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넥센이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투혼은 최강 삼성을 잠시나마 벼랑 끝으로 모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영웅들의 도전은 내년 시즌에도 삼성을 위협할 1순위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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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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