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라인업’ 실속파 없는 KCC의 예고된 참사?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입력 2014.10.17 09:54  수정 2014.10.17 09:59

시즌 초부터 1승 3패 부진 ‘얇은 선수층’ 한계

오프시즌 약점 보완 소홀..예고된 참사 팬들 분통

KCC는 하승진이라는 골밑의 절대강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를 보좌할 이렇다 할 백업멤버가 없다. ⓒ 전주 KCC

전주 KCC의 행보가 위태롭다.

KCC는 ‘2014-15 KCC 프로농구’ 개막 후 4경기에서 1승 3패의 부진에 빠지며 9위로 처졌다. 확실한 베스트5도 만들어지지 않은 데다 백업 멤버가 약화된 것이 부진의 원인이다.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김민구(23·191cm)가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지난 시즌 핵심멤버였던 강병현-장민국-이한권-임재현 등이 트레이드, 은퇴 등으로 모두 빠져나갔다.

김태술(30·180cm)이 새로운 야전 사령관으로 둥지를 틀고 하승진(29·221cm)이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더 많다. 둘을 빼고는 확실하게 타 팀과 겨뤄볼만한 카드가 없다. 더욱이 부상이 많은 김태술-하승진이 그나마 힘겹게 팀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빠질 경우 경기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가드진 대거 이탈로 넘버2로 떠오른 박경상(24·180cm)은 배짱이 있지만 센스나 전술이행 능력이 부족하다. 김태홍(26·193cm)은 데뷔 이후 오히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민수(26·192cm)와 루키 김지후(22·고려대)가 쏠쏠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이들은 주전보다 핵심 식스맨으로 기용될 때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워낙 선수층이 얇다보니 정민수-김지후 마저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타일러 윌커슨(26·202cm)-드션 심스(26·203cm)는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기복이 심한 데다, 부족한 BQ(바스켓 아이큐)를 드러내며 팀플레이를 망칠 때가 많다.

1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는 이 같은 KCC의 현실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팀 내 가드 중 유일하게 게임 리딩능력을 갖춘 김태술이 부상으로 빠지자 KCC는 실책을 거듭하며 자멸했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프로에 적응해야 할 김지후가 고군분투했지만, KCC 팬들은 안타까운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김태술-하승진-정민수-김지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의 경기력은 타 팀 식스맨과 비교해도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하승진이라는 최고의 병기가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팬들은 “팀이 이 지경 될 때까지 구단에서 무엇을 했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김민구라는 돌출변수 외의 문제들은 지난 시즌부터 제기돼 왔다.

김민구와 상관없이 하승진의 뒤를 받쳐줄 백업 빅맨 자원의 영입은 무조건 필요했다.

이전 시즌에서 드러난 것처럼 하승진은 신체적 특성상 부상과 체력저하가 잦을 수밖에 없다. 동부-삼성 등 골밑이 나쁘지 않은 팀들도 비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빅맨을 영입했지만 KCC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심지어 신인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이후 골밑자원을 뽑지 않아 어리둥절하게 했다.

게다가 KCC는 지난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친 이한권(36·197cm)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한권은 비록 나이는 많지만 노련했고 허슬 플레이를 펼치며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상대 장신 포워드를 막는 요령이 뛰어나며 오픈 찬스에서 확실한 외곽슛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다. 이러한 모범적인 노장의 존재는 젊은 선수들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심지어 프랜차이즈나 다름없던 임재현(37·182cm)마저 타 팀으로 보냈다. 임재현은 비록 노장이라고는 하나 정확한 슈팅과 빈공간을 찾아 뚫고 들어가는 돌파능력을 갖췄으며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다. 팀에 대한 애정도 강했고 무엇보다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성격인 만큼 팬들 사이에서 KCC 선수단의 엄마로 불렸다.

이와 반대로 김효범-신명호와는 좋은 조건으로 연봉 계약을 체결하고 안양 KGC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노장 김일두를 영입했다. 기존의 베테랑들은 냉정하게 쳐냈으면서 타 팀 노장을 데려왔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골밑수비 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김일두는 3.5번 포지션의 포워드일뿐이다. 지난 시즌 경기력만 놓고 봤을 때는 은퇴한 이한권이 김일두보다 나은 기량을 갖고 있다.

고액 연봉자 김효범은 올 시즌에도 기대했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포지션만 가드일 뿐 패싱능력-전술이해 및 소화력, 수비 등 모든 면에서 평균 이하다. 그나마 들쭉날쭉한 외곽슛이 장점이었지만 올 시즌은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 최근에는 슛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어 오픈찬스에서도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신명호는 비록 최근 몇 시즌 간은 부진하지만 우승 당시 공신 중 한명이기에 어느 정도 프랜차이즈 대접은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 역시 팀 추락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특히, 부진한 슈팅 능력이 문제다.

외곽에서 오픈찬스를 맞아도 워낙 성공률이 낮아 상대 수비수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는 KCC공격 루트에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유일한 장점이었던 수비마저 잘 되지 않아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김효범-신명호의 퇴보한 플레이가 아니라 경기에 대한 간절함이 잘 묻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잡아야 될 선수는 놓아버리고 큰 도움이 안 되는 선수들에게는 고액연봉을 안겨준 KCC 구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팬들의 한숨은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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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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