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곽슛은 여전히 강했지만, 빅맨들의 부진이 유재학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 울산 모비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은 한국 농구가 마지막으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대회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필리핀, 결승에서는 중국을 각각 접전 끝에 제압하며 20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멤버는 이상민, 문경은, 서장훈, 현주엽, 김승현, 김주성 등으로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대표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각 포지션에서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고루 포진한데 국제 경험도 풍부한 선수들이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홈에서 12년 만의 영광 재현을 노린다. 대표팀은 현재 2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8강 조별리그에 진출해있는 상태다.
하지만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불안 요소와 한계 또한 드러냈다. 첫 상대였던 몽골을 상대로 90-67로 대승했지만 전반까지는 내내 끌려다니다가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다. 몽골은 12년 전 부산 대회 당시 한국이 무려 145점을 몰아넣으며 대파했던 상대다. 물론 최근 몽골이 크게 성장하기는 했지만, 전반전에서 부족한 몇몇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과 안이한 경기운영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자극을 받은 유재학호는 하루 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한 끝에 98-67로 완승했다. 문태종이 2쿼터에만 3점슛 6개를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외곽슛이다. 몽골전에서 초반 고전한 것도 외곽에서의 기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요르단전에서는 주포 문태종과 조성민 외에도 선수들의 외곽슛 감각이 대체로 좋았다.
문제는 외곽슛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약체인 몽골과 요르단 정도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한국이 8강 이후에 만날 상대는 모두 우승후보들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팀들을 상대로 기복심한 외곽슛에만 의지한 레퍼토리는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빅맨들의 역할에 아쉬움이 남는다. 김주성, 이종현, 김종규, 오세근으로 구성된 빅맨진은 모두 2미터 이상의 장신이다. 모두 국제무대에서는 큰 신장이 아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몇몇 강팀을 제외하면 크게 밀릴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 빅맨들은 전력상 약체이자 장신선수가 적은 몽골이나 요르단을 상대로도 골밑을 장악하지 못했다. 적극성과 기술, 자신감이 모두 떨어졌다.
2002년 당시 한국대표팀에 2미터 이상의 빅맨은 서장훈과 김주성 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표팀은 야오밍이 포진한 중국을 상대로도 두려움 없이 적극적인 몸싸움과 과감한 골밑 공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희철, 현주엽 같이 190대 중후반에 불과한 단신 빅맨들조차 몸을 사리지 않았다. 서장훈은 센터임에도 정확한 중장거리슛으로 외국 빅맨들과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현주엽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일대일에 의한 득점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한국의 대역전극을 지휘했다.
지금의 대표팀은 빅맨들의 득점 가담이나 리바운드 장악력이 너무 떨어진다. 대표팀 빅맨 중 공격력이 가장 빼어나던 이승준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또 다른 귀화선수 애런 헤인즈의 영입도 불발되면서 빈자리를 메울 선수가 없다.
조금만 어깨가 닿아도 바로 휘슬을 부는 한국식 농구 스타일에 길들여진 토종 빅맨들이 국제대회의 전투적인 몸싸움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아쉽다. 포스트에서 안정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외곽 역시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체조건은 과거보다 성장했지만 기술이나 몸싸움 면에서는 프로화 이전보다 아쉬운 한국농구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