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내정자가 거듭 부동산 규제 완화의 뜻을 밝히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중인 가계부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에 살고 있는 A 씨는 2억짜리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9000만원을 저축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규제 속에서 최대 1억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A 씨는 1000만원이 모자라 주택을 구입하지 않았다. 한 달 후 LTV가 60%로 완화되면서 A 씨는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가질 수 있게 됐지만 빚은 한 달 만에 1억2000만원이나 늘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발언과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맞물리면서 브레이크를 잃은 가계대출 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에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최 후보자는 부총리로 지명된 지난달 13일 LTV·DIT 규제를 ‘한겨울의 여름옷’에 비유하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최 후보자의 연이은 발언은 대출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거래의 문턱을 낮추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잘라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이는 ‘가계대출 증가’라는 부작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 한도를 의미하는 LTV는 현재 수도권 50%, 지방 60%로 비율이 제한되고 있다. 소득 대비 대출금 한도를 뜻하는 DTI는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에 각각 50%, 60%로 적용돼 시행된다.
현행 규제가 일정 부분 풀어질 경우 A 씨처럼 기존 무주택자에서 대출을 껴안은 주택 수요자로 합류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가계대출도 함께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은행은 올해 5월까지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699조3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가계대출의 61%를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428조1000억원) 역시 지난 1월 이후 다달이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LTV·DIT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지금처럼 가계·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출을 끼지 않고 주택을 구매하는 소비층을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주택담보대출 증가 부작용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 효과를 상회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자금 여유가 있는 수요층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다”며 “부동산 시장이 워낙 침체돼있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진지 오래돼 과거처럼 규제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완화를 한다고 해서 금전적 여유가 있는 수요자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부동산의 경우 워낙 비용이 높아 자기자본보다는 타인자본을 끌어들여서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출의 문턱을 낮추면 그만큼 거래량이 늘어나겠지만 곧바로 부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매커니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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