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선수 영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2014 인천 아시아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 중이던 유재학호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유력한 귀화 선수 후보로 꼽히던 애런 헤인즈(33·201cm)는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의 규정상, 국내 체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오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없다. 헤인즈 외에 후보로 거론되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로써 한국대표팀은 순수 국내 선수들 위주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어깨가 가장 무거워진 것은 역시 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져야하는 빅맨들이다. 대표팀은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높이의 열세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강호들의 높이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금메달은 장담하기 어렵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극적인 압박수비를 대표팀의 색깔로 내세울 것이 유력하다. 상대가 정상적인 공격전형을 갖추기 전에 전방위 압박과 협력수비를 통해 볼 소유권을 빼앗아오는 공격적인 수비전술이다.
앞선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는 가드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빅맨들의 임무는 더욱 막중하다. 적극적인 스크린과 박스아웃 등 빅맨 본연의 임무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외곽수비와 속공에도 가담해야 한다.
대표팀에는 현재 210cm이상의 장신 빅맨이 전무하다. 하승진(221cm)이 있지만 공익근무로 인한 공백기로 아시안게임까지 경기감각과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설사 컨디션이 정상이라고 해도 좁은 활동반경과 전술 이해도로 인해 국제대회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혼혈선수 이승준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재활중이다.
현재 대표팀의 빅맨진은 김주성, 김종규, 이종현, 장재석, 오세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장신이지만 아시아 무대에만 나가도 포워드에 더 가까운 신체조건이다. 체격이나 기량에서 일대일로 상대 빅맨을 압도하기 어렵다면 팀플레이와 활동량으로 이를 만회해야 한다.
유재학 감독은 '국제용'을 강조한다. KBL에서 잘하는 선수와 국제대회에서 통하는 선수는 별개라는 것이 유재학 감독의 소신이다. KBL에서는 MVP급 경력을 자랑하는 함지훈이나 하승진도 국제대회에서는 크게 활약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김종규나 이종현도 유재학 감독의 기준에서 보면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유재학 감독은 일찍부터 국내 빅맨들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국내에서 하던 플레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빅맨들도 위치를 가리지 않고 중장거리 슛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스위치를 통해 외곽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해야 한다.
국내 장신선수들의 약점이 세로수비에 비해 가로수비가 약하다는 점이다. 단신선수들의 슛은 블록할 수 있지만, 자신보다 크고 빠른 선수들을 만나면 속수무책이다. 골밑에서 떨어진 상태라면 스텝에서 상대 선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필리핀의 가드진에게 유린당한 것도 빅맨진과 가드진의 로테이션 불일치로 인해 상대가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너무 많이 내준데 있었다.
아시아선수권에서 기술이 뛰어난 장신선수들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모습은 고정적인 포지션 관념에 매여 있던 한국 빅맨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유재학 감독의 수비전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빅맨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중간한 귀화 선수 한 명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빅맨들의 경쟁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어느덧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앞둔 베테랑 김주성을 비롯해 김종규, 이종현 등 토종 빅맨들의 수비력이 한국농구의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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