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지만, 또다시 점수 퍼주기의 수혜자라는 불명예도 동시에 얻었다. ⓒ 연합뉴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피겨퀸’ 김연아(24) 판정을 둘러싼 후폭풍을 잠재우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아사다 마오(24·일본)는 28일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4 ISU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78.66점을 받아 김연아(78.50)를 넘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물론 큰 실수 없는 훌륭한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했지만 노골적인 점수 몰아주기의 결과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특히,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후 거센 판정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는 ISU로서는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움으로써 김연아의 그림자를 지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며 138.03점에 그쳐 총점 216.69점으로 세계신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트리플 악셀을 비롯해 플립-룹 회전수 부족, 러츠는 잘못된 발목 기울기로 도약해 감점을 받았다. 이로써 김연아가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총점 228.56점은 깨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남게 됐다.
대회 우승은 아사다의 몫이었지만 내심 만년 2인자의 슬픔에서 벗어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이번 대회는 아사다가 전폭적인 지원 속에 역대 최고점을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ISU의 김연아 견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됐을 뿐이다. 어쩌면 그동안 꾸준히 이어진 ISU의 사전 작업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우리 측의 책임인지도 모른다.
ISU는 매년 ‘피겨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김연아 독주를 견제했다. 김연아의 교본 트리플 러츠(기본점 6.0)를 비롯해 트리플 플립(5.5→5.3), 트리플 살코(4.5→4.2), 더블 악셀(3.5→3.3) 등의 기본점수를 ‘하향조정’하거나 정체시켰다.
반면, 아사다 마오의 간판 트리플 악셀은 8.2에서 8.5로 ‘상향조정’됐다. 아사다는 (김연아의 대표기술)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살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이 밖에도 ISU는 아사다에게 유리하고 김연아에게 불리한 규정을 계속해서 치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굴하지 않았다. 외부 환경이 구속해도 또 내부의 적이 존재해도 꿋꿋이 이겨냈다. 피겨에 대한 열정 하나로 두 번의 올림픽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보인 ‘레미제라블’은 지구의 유산으로까지 평가받았다.
반면, 아사다는 ISU의 노골적인 밀어주기 속에서도 올림픽 금메달은커녕 김연아를 넘지도 못했다.
ISU의 꼼수는 아사다에 이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로 이어졌지만, 결국 김연아 지우기는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따낸 영광보다 ‘제2의 사라 휴즈’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따라붙었다. 게다가 러시아는 소트니코바의 국제대회 출전마저 가로막는 기행을 저질렀다.
아사다와 소트니코바를 내세운 ISU는 계속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를 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김연아가 남긴 흔적을 지우려 할수록 피겨는 흙탕물이 튈 수밖에 없다. ISU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듣고 개혁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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