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던 김연아 앓이…또 다른 의미의 해피엔딩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2.28 09:41  수정 2014.02.28 09:49

편파 판정 속 아쉬운 은메달에도 해탈한 김연아

전 세계 피겨 팬들 깊은 감동..진정한 여왕 각인

한 미국인 남성은 김연아가 은메달에 머물자 식음을 전폐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해탈한 피겨 퀸’ 김연아(24)는 결과에 초연했지만, 세계 피겨 팬들은 여전히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연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러시아의 홈 텃세와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에게 내줬다. 경기 이후 김연아는 줄곧 “아무렇지도 않다. 행복하다”라고 말했지만 ‘국민 정서’에는 울분으로 가득했다.

전 세계 팬들도 마찬가지다. 김연아가 초콜릿 금메달이 아닌, 진짜 금메달을 깨물길 바랐다. 이 중에는 4년 전부터 김연아의 ‘국제 승냥이’를 자처한 미국 남성 팬도 있다.

한 남성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김연아와 함께한 추억의 영상들을 올려놓았다. 이 남성은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 열연에 전율을 느끼며 몸서리쳤다. “넌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를 외치자 김연아는 클린 연기로 응답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 다시 열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이 남성은 식음을 전폐했다. 소트니코바가 김연아의 금메달을 물어갔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소파에 그대로 너부러졌다. 탁자엔 축포를 위해 준비한 맥주가 뚜껑도 따지 않은 채 놓여있었다. 직접 불룩 튀어나온 배에 ‘김연아 얼굴’까지 그려 넣는 열정을 보였지만, 올림픽 개최국 러시아 농간에 망연자실,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시상식에 선 김연아의 ‘해탈한 미소’를 본 후 미국 남성도 기운을 차렸다. 붉어진 눈시울을 훔친 뒤 자신의 배에 그려진 김연아 눈물(뱃살에 맺힌 땀)도 닦아줬다.

애끓던 열혈 팬은 이 남성뿐만이 아니다. 최근 또 다른 흑인 청년도 소트니코파의 금메달 확정 순간이 담긴 UCC를 공개했다. 그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연아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고. 너희(러시아와 유럽연합)가 망쳤지. 내가 현장에서 올림픽 스캔들을 목도했다”라고 분통의 고함을 내질렀다.

이처럼 전 세계가 김연아 2연패 좌절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 팬뿐만이 아니라 ‘피겨 실세’ 카타리나 비트와 딕 버튼도 “공개 토론이 필요하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결과”라며 “연아야,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올림픽 2연패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네가 소치 올림픽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축전을 보냈다.

유력 외신도 “사기극, 도둑질” 등 민감한 단어까지 총동원해 러시아가 불세출 김연아의 금메달을 가로챘다고 분개했다.

말 그대로 지구촌이 ‘김연아 보호자’를 자청하는 분위기다. 김연아는 17년을 마무리하는 은퇴무대에서 모호한 판정으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마지막 올림픽에서 꿈꾸던 ‘클린 연기’를 실현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한 마음만을 전했다.

억울한 결과에도 초연한 김연아, 그리고 ‘퀸’연아를 향한 애타는 그리움 국제 팬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가시지 않은 진한 여운까지. 김연아는 사실은 금메달인 값진 은메달을 통해 피겨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전설을 완성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해피엔딩이다.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김연아 앓이’가 더욱 뜨거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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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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