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질문에 정상의 꿈 드러내
원대한 포부 좋지만 착오가 정신 지배 '후폭풍 우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일본대표팀의 목표는 우승,‘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나서는 아사다 마오(23) 목표도 금메달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 일본 대표팀 자케로니 감독에게 “일본의 월드컵 우승, 가능한가”라고 유도 질문했고, 자케로니 감독은 “일본축구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3년 전 취임식 때 말한 2050년에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언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우회적으로 일본의 기약 없는 월드컵 우승을 점쳤다.
한편, 일본 언론은 아사다를 향해서도 ‘과중한 기대심리’를 드러냈다. 아사다는 최근 도쿄 하네다 공항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우승, 가능한가”라는 언론의 유도 질문에 “황금색 메달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두 과제 모두 난관이 있다. 아사다가 소치 여왕이 되려면 ‘피겨퀸’ 김연아를 제쳐야 한다. 또 일본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통산 최다우승(5회)에 빛나는 개최국 브라질을 꺾어야 한다.
아사다가 김연아를 넘어설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소치 올림픽을 ‘6주’ 앞둔 지금, 아사다의 경기력으론 김연아는커녕 입상권도 장담할 수 없다. 아사다는 전일본선수권에서도 3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트리플 악셀 성공률은 0%.
반면, 김연아는 건재하다. 20개월 휴식기를 깨고 돌아온 2012년 12월 NRW 트로피(201.61점)부터 한국선수권(210.77), 2013 세계선수권(218.31), 골든 자그레브(204.49)까지 계속 200점대를 넘기며 정상에 등극했다. 한 대회당 점프, 스텝 실수율은 3% 이하로 철두철미하다. 결국, 일본 언론의 부풀린 분위기 조성이 문제다. 원대한 목표 설정은 좋으나 착오가 정신을 지배해 후폭풍이 우려된다.
사실 일본 언론의 높아진 눈높이 배경엔 ‘한국’이 있다. 2002 월드컵 4강, 2010 올림픽 김연아의 무결점 열연에 자극 받은 일본은 “같은 극동 아시아인인데 우리도 노력하면 한국만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거칠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적응도가 대표적 예다. 옹골진 피지컬 박지성을 비롯해 설기현, 이영표, 이청용, 기성용, 김보경 등은 영국에서 통했다.
반면, 일본은 나카타 히데토시를 비롯해 토다 카즈유키, 아베 유키, 이나모토 준이치, 가가와 신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국의 묵직한 피지컬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일본인의 신체 내구성은 부실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연아와 아사다도 같은 아시아인이지만 현격한 격차가 있다. 무엇보다 김연아는 타고난 강철심장이다. 큰 대회에서 큰 실수를 범하더라도 남은 연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로 삼고 즉흥적 기지를 발휘한다. 첫 점프가 실패하면 연기 후반부 콤비 점프를 넣어 만회하는 식이다.
반면, 아사다의 정신력은 식탁 모서리에 걸친 유리잔과 같다. 조금만 흔들리면 떨어져 산산조각난다. 수년간 연마했지만 실전에선 무용지물인 트리플 악셀이 대표적 예다. 트리플 악셀 실수는 또 다른 실수마저 부른다. 한 마디로 김연아가 프로페셔널 커리어우먼이라면, 아사다는 아직도 사춘기 여학생이다.
일본 언론의 유도질문에 낚여 각각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컵 우승을 언급해버린 아사다와 자케로니 감독이 가련한 이유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