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난민보호 외면하는 중국의 검은 속내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kipeceo@gmail.com)

입력 2013.12.22 13:09  수정 2013.12.22 13:15

<박경귀의 중국 톺아보기>난민협약 가입해놓고 탈북자들은 난민이 아니다?

최근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공개처형 과정은 전 세계인을 경악시켰다. 최고의 권력을 분점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어 기관총 난사로 총살되었다는 소식은, 죄목의 진실 여부를 떠나 김정은 유일독재체제의 극악성을 분명하게 재인식하게 했다.

이번 사건은 힘없는 인민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비인권적 처사가 얼마나 심각할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누구든 북한 전체주의체제에 위해가 되는 행위를 할 경우 언제든지 처참한 보복이 가해질 수 있다는 공포정치의 극한을 보여준 것이다.

작금의 북한의 상황은 그동안 북한의 경제난, 인권 탄압 등으로 인해 지속되어 온 북한 주민의 탈북 문제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의 체제 단속이 강화되어 탈북이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나아가 중국 내 탈북자의 처리 문제에 대해 북한 강제송환 등의 강경한 조치를 중국 당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체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인민의 생활은 힘들어지고, 북한 당국의 감시 또한 강화되어 탈북을 통한 자유의 쟁취 가능성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물론 북한 내 탈북 요인의 압력이 커질수록 급변 사태 시 한꺼번에 그 압력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도 이제 북한 주민의 탈북 문제와 대량 탈북 사태를 가정한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할 시점에 와 있다.

자유를 찾아, 생존을 위해 이어지는 탈북 행렬

탈북자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김일성 유일사상에 기초한 전체주의체제에 대한 부적응 및 사회주의의 이념에 염증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정보에 의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한국의 생활상을 알게 되면서 전문 직종 종사자 및 가족의 집단 탈북 등 기획 탈북을 시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둘째, 북한의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의 저하, 홍수와 흉작의 연속으로 인한 식량난 악화, 배급경제의 붕괴로 인한 기아와 궁핍 등이 겹쳐 북한 주민을 탈북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요인은 선군정치의 강화로 인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셋째, 북한 주민의 지역 간 계급 간 차별적 대우, 열악한 인권 상황, 개인적 비리나 범법행위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탈북을 감행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 또한 열악한 상황에 처한 북한 주민의 탈북을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요인들은 북한의 체제불안정이 지속될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북자의 최종 목적지는 대부분 대한민국이다. 미국 등 제3국을 희망하는 경우는 소수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로는 휴전선의 통과와 해상으로의 탈출이 가장 가깝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이 탈북의 1차적 경유지가 된다. 따라서 탈북자 처리 문제는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요인이 되고 있다.

헌법적으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한을 탈출하는 모든 주민을 대한민국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탈북자 처리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북한, 중국의 관점이 날카롭게 대립되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탈북자는 국제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난민

국제법적으로 난민은 보호된다.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19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의거 난민은 “자신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영역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나아가 1969년 채택된 아프리카통일기구협약(OAU, Organization of African Unity)에서는 난민을 “그의 출신국 또는 국적국의 일부 또는 전부에서의 외부 침략, 점령, 외국의 지배나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사건을 이유로 강제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만 했던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 정의했다.

게다가 1984년 카타헤나 선언(Cartagena Declaration)에서는 각 정부대표와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OAU의 난민 기준에 인권침해 사항을 추가했다. 즉 “일반화된 폭력, 외부침략, 국내소요, 대량의 인권침해 또는 심각하게 해치는 기타 상황으로 인하여 자신의 생명, 안전이나 자유가 위협받음으로 인하여 자국을 탈출한 자”를 난민으로 확대해석하고 있다.

핵심적인 쟁점은 탈북 주민을 난민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단순 월경자로 볼 것인가이다. 국제사회와 학계에서는 탈북자를 ‘경제 난민’ 내지는 ‘환경 난민’으로 규정하여 국제법상의 난민의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탈북자를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의 위반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탈북자를 체제이탈자로 보아 정치범에 준하는 처벌을 한다. 체포된 탈북자에게 갖가지 체형을 가하는 것은 물론 수용소 수감과 심지어 총살형에 처하기도 한다. 북한은 1960년대 초 중국 공안당국과 ‘북중 탈북자 및 범죄인 상호 인도협정’ 일명 ‘밀입국자 송환협정’을 체결하였고, 1986년에 ‘북중변경지역관리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하여 탈북 난민을 북한 공민으로 보아 강제 송환하도록 협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북한이 탈북 난민을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데 동조하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중국에 잠입한 탈북자를 월경 및 도피범으로 보고 이들을 색출 체포하여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다.

중국은 198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이다. 따라서 탈북 난민의 강제송환은 국제법의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탈북자의 처리 문제에 있어 ‘주권’과 ‘내정간섭 불용(內政干涉不容)’이라는 강력한 방패를 앞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동맹관계와 송환협정을 통해 동반자 관계를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다. 탈북자의 강제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탄을 일축하는 배경은 바로 혈맹인 북한과의 관계를 훼손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나아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할 경우 탈북자의 대량 유입 시 중국 변경의 체제안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정치적 입장도 가세하고 있다.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안전하게 입국하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전향적 자세 전환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유엔고등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은 1951년 탈북자를 ‘협약 난민’으로 인정하고, 난민협약 당사국인 중국에 난민협약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내정불간섭’이나 ‘주권’의 문제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탈북자 처리 문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간섭이나, 국제사회와 한국의 인도적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난민협약상의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UNHCR 규정의 ‘위임 난민’으로 인정하여 최소한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만은 준수”해야 한다.

‘위임 난민’은 난민협약상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들을 방치할 경우 생명을 상실하거나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UNHCR이 구호하는 자를 말한다. 실제로 탈북자가 북송될 경우 이들의 고문과 구타 등 인권 침해와 공개 처형 등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보호가 절실히 요구된다.

물론 난민의 범위를 확대하여 인정하도록 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의 인권침해나 처형 사례 등의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것도 한 이유다. UNHCR과 국제사회의 면밀한 감시활동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물론 해당국가의 요청이나 동의 또는 양해가 없을 경우 UNHCR이 난민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탈북자 난민 지위 인정을 호소하는 국제적인 서명 운동이나 인도적 차원의 탈북자 돕기 운동도 필요하다. 아울러 중국 당국의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협상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다.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의 확보는 물론, 이들에 대한 안전한 국내 입국 경로를 확보하는 실질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 당국과의 물밑 해결과 동시에 공개적인 탈북자 보호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로 북한을 탈출했지만, 중국에서의 체포 구금의 위협에 시달리거나 제3국을 떠도는 불행한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탈북자는 남북통일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치권과 우리 국민의 관심과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국, 일본 등이 북한인권법을 제정 운용하고 있음에도 정작 당사자인 우리 나라는 아직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지 않은가? 부끄러운 일이다.

글/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kipe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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