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심 태우는' 박주영 믿는 구석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3.10.15 09:53  수정 2013.10.15 10:01

브라질전 통해 박주영 스타일 공격수 부재 절감

월드컵 의지 박주영, 벵거 감독 의중 간파?

브라질전에서의 빈약한 공격을 재확인하면서 박주영(아스날)의 존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브라질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0-2 완패했다.

한국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브라질(8위)보다 50계단이나 낮은 58위에 머물러있긴 하지만, 지난 1999년 한 차례 승리한 기억도 있고, 패한 경기들에서도 1골 차이 밖에 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선전을 예상한 이도 많았다. 그러나 실전에서 홍명보호는 브라질과의 수준차를 절감했다.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레버쿠젠) 등 유럽파 공격수들을 총동원하고도 전후반 90분간 유효슈팅이 단 1개에 그친 공격력은 못내 아쉽다. 브라질의 영리하면서도 견고한 수비에 슈팅 기회를 얻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페널티지역 부근에서의 영리한 움직임과 한 박자 빠른 판단, 그리고 과감한 슈팅이라는 공격수로서의 본능을 발휘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은 점이 더 큰 원인이다.

브라질전에서의 빈약한 공격을 재확인하면서 박주영(아스날)의 존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앞서 언급한 ‘공격수 본능’을 누구보다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박주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주영의 앞날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홍명보 감독도 박주영을 발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최근 박주영 거취를 둘러싼 각종 ‘설’과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조짐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박주영의 현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물밑에서 여러 말들이 오간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박주영은 최근 챔피언십(2부리그) 강등 이후 절치부심, 다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는 위건 어슬래틱으로부터 단기임대영입 제안을 받았다. 특히, 위건의 현 사령탑이 볼턴에서 이청용과 사제의 연을 맺은 ‘친한파’ 오언 코일 감독으로 이청용의 추천으로 박주영의 임대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박주영을 걱정하던 많은 사람들은 큰 기대를 나타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위건이 박주영 영입을 원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박주영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언급, 은근히 박주영의 위건행을 바라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데 박주영의 임대 문제와 관련, 아스널과 위건 사이에 박주영의 임대 합의가 이뤄졌지만 박주영이 위건행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일각에서는 위건이 박주영을 보험용 선수로 영입하려 하고 있다는 설을 제기했지만, 박주영 본인이 아직은 아스날에서 경쟁을 통해 기회를 잡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프랑스의 렌 구단이 박주영의 영입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랑스 스포츠매체 RMC 스포르트는 “프랑스 렌이 박주영의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공격수들의 줄부상으로 공격수 영입이 시급한 렌이 박주영을 영입 대상자로 점찍었다는 것.

렌의 피에르 드레오시 이사는 이와 관련 "박주영에게 큰 관심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스날이 박주영을 헐값에 이적시킬 의사가 전혀 없는 상황이고, 박주영 역시 아스날에서 당분간은 경쟁을 통해 기회를 얻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이상 단기간 내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체크하기 위해 지난달 영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박주영이 대표팀 합류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주영의 상태가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면, 즉 아스날에서 또는 이적을 통해 기회를 잡거나 일단 어떤 팀에서라도 꾸준한 출전기회를 보장받고 정상적인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상태가 되지 못한다면 ‘홍명보 원칙’에 따라 그가 단기간 내에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박주영의 바람은 아스널에서 일정한 출전기회를 얻어 ‘홍명보 원칙’에 합당한 자격으로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박주영이 적어도 현 상태에서 그와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은 지난 달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박주영이 자신의 구상에 있는 존재임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박주영을 단 한 차례도 출전시키지 않고 있으며 벤치에 앉히는 일조차 드물다.

물론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고, 이를 비롯해 국내적으로 FA컵과 캐피털원컵, 국제적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치러야 하는 아스날의 팀 사정상 선수들의 로테이션 시스템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박주영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시즌 내에 출전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주영이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박주영의 바람대로 홍명보 감독의 대표선수 발탁원칙에 부합하는 수준일지는 미지수다. 박주영 합류를 노심초사하고 있을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애가 탈 노릇이다. 그렇다면 박주영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 아스날 잔류를 고집하고 있는 데는 팀 스쿼드의 로테이션 운영 외에 뭔가 다른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박주영과 아스날의 계악관계와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 문제, 그리고 내년 브라질월드컵의 상관관계를 떠올려 보면 한 가지 추측은 할 수 있다. 박주영과 아스날의 계약기간은 2015년 6월까지로 브라질 월드컵 이후로도 1년이 더 남아 있다.

아스날은 박주영을 영입하며 350만 유로(한화 약 50억5000만 원)를 AS모나코에 지급했고, 한국의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박주영이 병역 면제를 받자 300만 유로(한화 약 43억 원)를 추가로 지급, 총 650만 유로를 모나코에 지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주영이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월드컵 이후 박주영을 최소한 ‘원가’ 이상의 몸값에 이적시키고자 하는 아스날과 벵거 감독 입장에서 박주영의 브라질월드컵 출전 무산은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림이다. 상최악의 경우 2015년 여름 박주영을 이적료 한 푼 못 받고 다른 팀에 보낼 수밖에 없는 위험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벵거 감독에게는 박주영을 올 시즌 어떤 형태로든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적 이유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출전기회를 계속 노려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배경에는 이런 상황 판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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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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