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U-20 조직력…홍명보호 슬픈 자화상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7.08 09:48  수정 2013.07.08 10:13

이광종호 이라크와의 8강서 승부차기 탈락

동생들 조직력, 성인대표 형님들이 배워야

U-20 대표팀은 조직력 하나로 8강까지 올랐다. ⓒ 연합뉴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형 축구’로 브라질월드컵에 도전하겠다. 아무리 강한 상대도 꺾을 수 있는 것이 조직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강조한 부분이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 이었다.

비록 탈락했지만 U-20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의 이상을 그대로 실현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FIFA U-20 월드컵’ 이라크와의 8강서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통한의 탈락이었지만 결실이 많은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선수들이 모인 청소년팀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개인의 기량 차는 분명 존재했다. 게다가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도 없었다. 하지만 ‘조직력’이란 무기는 강하고 단단했다.

이들을 한데 뭉치게 한 이는 바로 이광종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매 경기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선보였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배치해 투지를 이끌어냈다. 공격 작업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진행됐고, 수비 조직력 역시 호흡이 딱딱 맞아 떨어진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대표팀이 강호들을 꺾고 8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감독의 작전지시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선수들의 땀방울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설상가상 부상 악재까지 겹쳤지만 남은 선수들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수비수 연제민(수원)은 자신의 SNS에 "정말 미안하다. 대표팀이 이렇게 마무리되니 허무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며 "3년 동안 이렇게 맞춰왔다가 끝났다는 게 너무 아쉽다. 보고 싶을 거고 평생 못 잊을 거야"라는 글을 올렸다. 그동안 대표팀 선수단의 결속력이 얼마나 끈끈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홍명보 감독이 이끌게 된 성인 대표팀은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전임 사령탑인 조광래 전 감독 시절부터 최강희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까지 선수들끼리의 편 가르기가 존재한다는 의혹에 휩싸여왔다.

실제로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을 처음 맡았을 당시 일부 해외파 선수들이 식사시간에 자기들끼리만 밥을 먹고 어울리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기성용(24·스완지시티)과 윤석영(23·QPR)은 직접적 항명한 것도 아닌 간접적 전달 수단인 SNS를 통해 감독을 조롱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앞으로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선수들의 조직력을 다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자들이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전술 훈련을 펼치고 상대를 분석할 시간에 한국은 원점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3년간 한 호흡을 맞췄던 U-20 대표팀의 조직력이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형님들이 가르쳐야 할 부분을 동생들에게 배우게 된 것이 현재 대표팀의 현실이다. 성인 국가대표팀의 일원이라면 묵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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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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