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푸홀스를 틀어막는 깔끔한 투구 뒤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류현진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투구에 만족했다.
"준비는 끝났다. 10승은 물론 신인왕을 꼭 따내겠다.“
‘한국산 괴물’ 류현진(26·LA다저스)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엔젤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전에 선발 등판,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4이닝 무실점(탈삼진4)을 기록했다. 투구수 47개(S:33).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팀타율 1위(0.274), 안타 2위(1518개), 득점 3위(767개)에 오를 정도로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에인절스와 맞닥뜨린 류현진은 이날의 완벽한 투구로 평균자책점을 3.29까지 끌어내렸다. 시범경기 피안타율은 0.183.
주무기 체인지업과 신무기 커브로 타이밍을 뺏은 뒤 뿌리는 빠른 직구에 에인절스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트레이드마크 서클 체인지업의 위력은 여전하고 직구 구위도 꽤 살아났다. 직구를 중심으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곁들인 류현진의 제구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 에인절스전(2이닝 2실점)에서 통타당했던 류현진은 "그때는 몸도 제대로 안 됐고 적응이 안 된 상태였을 뿐"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오늘 에인절스전에서 잘 단졌다고 방심하지는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알버트 푸홀스를 틀어막는 깔끔한 투구 뒤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류현진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투구에 만족했다. 에인절스전 등판을 마친 류현진은 “몸 상태나 스피드, 제구 등 웬만큼 다 올라왔다”며 “10승 목표는 물론 신인왕도 따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지에서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우완투수 쉘비 밀러(23·세인트루이스)를 꼽는다. 지난달 8일 미국 FOX 스포츠는 밀러 포함 6명의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 후보를 지목했다. 당시 류현진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2경기를 통해 드러난 구위와 적응 속도를 감안했을 때, 최소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엔 손색이 없다.
27⅓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3.29의 시범경기 성적표를 받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해서는 “한국 타자보다 힘이 좋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제2선발 자리를 플레이오프까지 차지하겠다”는 특유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시범경기에 앞서 류현진은 7~8명의 선발급 투수들과 경쟁하는 형국이었다. 3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클레이튼 커쇼와 6년간 1억4,700만 달러라는 거액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2009 사이영상 수상자 그레인키의 입지는 탄탄했다. 베켓과 빌링슬리도 류현진에 비해 경험과 안정감이라는 면에서 분명 앞서 류현진이 노릴 수 있는 것은 5선발 한 자리 정도만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 경쟁자로 거론됐던 투수들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시범경기라 결과 자체가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투수들을 하나 둘 제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류현진 바람대로 ‘신인왕 수상’과 ‘제2선발 유지’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선보인 류현진의 향상되는 피칭은 분명 자신감을 충전하기엔 충분했다.
류현진은 다음달 3일 오전 11시 10분,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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