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건설사 중 21 곳 부도...업계 공포 확산

최정엽 기자 (jyegae@empal.com)

입력 2012.09.27 15:44  수정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65년 역사는 물론 그룹차원의 지원도 소용없었다"

6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극동건설이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행을 선택했다.

업계 38위인 극동건설이 건설업계에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모그룹인 웅진홀딩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발한 사업을 추진중인 업체의 경우 버틸만 하지만 국내에서 주택사업에 치중해 온 건설사들 경우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100대 건설사 21곳 부도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법원이 이번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주면 우리나라 100대 건설사중 21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중인 건설사 대부분이 해외진출 실적이 전혀 없거나 부진한 업체들이어서 사실상 국내용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국내 건설사 상위 100위 업체중 20개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중인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 33개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2.4%가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올 상반기 가장 큰 손실은 입은 금호건설의 경우 49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 벽산건설(4595억원), 삼환기업(1851억원), 남광토건(139억원), 범양건영(788억원), 한일건설(622억원) 등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올 상반기 훅자를 기록한 19개 건설사 중 전년 동기대비 흑자 규모가 늘어난 기업은 8개사에 그쳤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 들어 시평 40위권내 건설사 벽산건설, 풍림산업, 삼환기업, 남광토건 등이 부도를 맞았으며, 이번에 극동건설이 추가됐다.

현재 시평 40위권 내에서 워크아웃·법정관리(신청 포함)에 들어간 건설사는 금호산업, 신동아건설, 고려개발, 진흥기업, 한일건설 등 5개사는 워크아웃, 벽산건설, 풍림산업, 삼환기업,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중이다.

극동건설 부도에서 바라 본 건설업계
이번에 부도가 난 극동건설은 지난 1957년 설립돼 올해로 65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1세대 건설사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던 건설사의 부도는 사실상 건설업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인수 직후 찾아 온 침체기에도 4년간 인수자금과 지원액을 합쳐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윤석금 회장은 극동건설 정상화를 위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렉스필드골프장의 주식을 증여한 바 다.

또 웅진홀딩스를 통해 극동건설 사업장 가운데 자금난이 심각한 곳에 대한 보증은 물론, 웅진코웨이 매각 역시 극동건설 정상화를 위한 지원책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극동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전경.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
부동산 경기 침체는 금융권은 물론 정부의 시선마저 싸늘하게 바꿨다.

건설사의 부도는 1천여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는 물론 분양을 받고 입주할 날만을 기다리는 당첨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은 건설사들이 어려울 때 마다 수혈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경우 시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도 건설업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역시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1~2년내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지 못하면서 자금 지원보다는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주택사업이다. 주택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해왔던 건설사들이 국내 건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과 유동성 악화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외건설 시장 진출 등 발 빠르게 사업영역 다각화에 나선 건설사들은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 다른 국내 건설사들도 제2의 해외시장 호황을 맞아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해외 진출을 위해 올초부터 이라크 등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H사의 경우 사장이 직접나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소식은 없는 상태다.

내수에 치중해 온 건설사들의 시련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무차별적 채권회수 지양 및 사후약방문 벗어난 발빠른 부동산 활성화 정책 절실
쌍용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흔들린지 한달여만에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에 부도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건설사들의 위기가 사실상 장기적인 부동산경기 침체인 만큼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적인 자금회수 지양과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발빠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주택협회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업계상황이 너무 안좋다"며 "건설사들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요즘, 채권단도 동반자 입장에서 기업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채권회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기업회생을 위해 마련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제도가 경영정상화를 통한 기업살리기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로지 채권회수의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사수입금이나 자산매각대금 중 일정부분은 신규사업에 재투자돼야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자생력을 길러 나갈 수 있는데, 신규사업에 재투자 없이 무차별적인 채권회수가 진행될 경우 기업은 점점 축소되다가 결국은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건설경기가 좋았을 때 금융권에서 서로 PF 보증을 서기를 종용했고, 그 결과가 지금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인데 모든 책임은 보증을 선 건설사가 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그는 "건설경기도 안좋은데 금융상황까지 악화되다 보니 미리 준비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역시 사후약방문 같은 뒤늦은 정책이 아닌 한 발빠른 정책으로 건설시장을 활성화 해주지 않으면 건설업계 부도 확산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데일리안 = 최정엽,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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