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구’→‘굿’ 반전 명장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10.03 09:32  수정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 성적으로 반전

´팀 우승´ 숙원 풀어야할 마지막 숙제

양승호 감독만큼 올 시즌 냉온탕을 오간 감독도 드물다.

지난해 롯데는 ‘만년 꼴찌’였던 팀을 3년 연속 가을 잔치로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새 감독을 선임했다. 고려대 양승호 감독이 롯데의 14대 감독으로 취임하는 순간이었다.

롯데팬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양승호 감독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게다가 툭하면 우승을 입에 담는 감독에게 응원보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시범경기 1위를 차지했지만 팬들은 “봄데 효과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우려대로 초보 감독의 시즌 초반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승부처에서의 작전 지시는 먹혀들지 않았고, 순위는 바닥을 맴돌았다. 일각에서는 지난 3년간 롯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두려움 없는 야구’(No Fear)가 실종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당연히 양승호 감독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조기 사퇴론까지 불거졌고, 7월말에는 무관중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결국 양승호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로이스터의 색깔을 지우기보다는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여름 들어 롯데는 고공행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월간 팀 승률 1위를 내달렸고, 결국 LG를 끌어내리고 4위에 올랐다. 급기야 내환에 시달리던 SK와 KIA의 부진을 틈타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양승호구’라는 비아냥거림도 ‘양승호굿’ ‘양승호감’ ‘양승호호’ ‘양승호쾌’ 등의 찬사로 이어졌다.


① 전준우-홍성흔 제 자리로!

이대호를 1루수로 이동시킨 양승호 감독의 결정은 전준우와 홍성흔의 보직변경이라는 무리수로 이어졌다. 이대호가 빠진 3루는 중견수 전준우가 맡았고, 지명타자로 출전할 것을 대비해 홍성흔이 좌익수 글러브를 손에 잡았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전준우의 수비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홍성흔의 외야 수비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수비가 안 되다 보니 타격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홍성흔은 좌익수로 출장하는 동안 타율이 0.258에 그쳤고 홈런은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준우도 핫코너에서는 타율 0.208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양승호 감독은 제 포지션인 중견수와 지명타자로 복귀시켰고, 이들의 방망이는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② 마무리의 불안, ‘율판왕’ 납시다

양승호 감독은 불안한 뒷문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무리한 불펜운영 방식을 내놓았다. 시즌 초반 마무리였던 고원준은 일주일 동안 4경기서 148개의 공을 던지는가 하면 필승조로 지목받았던 김사율-임경완-강영식은 승패와 상관없이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다 양승호 감독은 김사율이라는 전문 마무리 투수를 재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구위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김사율은 양승호 감독의 신뢰를 듬뿍 얻으며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김사율의 진가는 롯데가 상승세를 타던 7월과 함께 했다. 7월 28일 SK전에서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세이브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8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 기간 김사율은 9이닝동안 단 1실점만을 내줬고, 피안타율은 0.206(34타수 7안타)에 그쳤다.

현재 김사율은 18세이브(리그 3위)를 거두며 불안했던 롯데의 뒷문을 단단히 잠그고 있다.

´만루의 사나이´ 황재균이 지난 8월 21일 SK전에서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린 뒤 관중들 환호에 답하고 있다.

③ 불꽃 방망이의 절정, 황재균 만루포

활화산과도 같은 롯데 불방망이의 정점은 황재균이 찍었다. 올 시즌 황재균의 성적은 타율 0.281 11홈런 65타점으로 특출나지 않다. 하지만 주자가 만루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황재균은 만루 찬스에서 무려 타율 0.533(15타수 8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2개 포함 26타점을 쓸어 담았고, 희생플라이도 5개나 외야로 보냈다. 특히 2개의 만루홈런은 결정적 장면에서 터져 나왔다.

롯데가 한창 상승세를 달리던 지난 8월 2일 한화전에서 황재균은 상대 마무리 바티스타를 상대로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LG와 치열한 4위 싸움을 펼치고 있었던 때라 그의 홈런 가치는 더욱 빛났다.

8월 21일 SK전에서도 황재균의 만루홈런은 결승타점으로 이어졌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 전병두를 상대로 사직구장에 수놓은 그랜드슬램 덕택에 롯데는 9-1로 크게 이겼다. 롯데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는 “올해 우리 팀이 더 강해진 이유가 바로 황재균”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④ 2위에 안착시킨 7~8월 상승세

롯데는 시즌의 절반인 6월까지 68경기서 29승(승률 0.446)만을 따내는데 그쳤다. 하지만 무더위가 찾아온 7월부터 롯데의 대반격이 이뤄졌다. 7월 한 달 간 13승 6패(승률 0.684)를 거두더니 8월에도 승률 0.696(16승 7패)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LG가 추락하며 5위로 내려앉았고, 김성근 감독의 교체로 분위기가 침체된 SK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진 KIA의 부진으로 내친김에 2위 자리까지 올랐다. 30년 역사를 지닌 롯데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롯데가 2위에 오르게 되면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을 따내기 때문에 그만큼 우승 도전권이 걸린 한국시리즈 진출이 수월해진다. 지금의 포스트시즌 제도가 시작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2위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횟수는 19번 가운데 무려 11차례(준PO를 치르지 않았던 1995년과 양대리그였던 99~2000년 제외)에 이른다.

양승호 감독의 2011년은 고난으로 시작해 반전 드라마를 쓴 뒤 축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한 시즌을 놓고 봤을 때 이만큼 냉온탕을 오간 감독도 드물다. ‘양승호굿’의 신화가 ‘양승호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가을 드라마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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