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맨의 돌연사가 그 어느 프로레슬러의 요절보다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애증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로프 3단 위에서 용감하게 플라잉 엘보우를 시도하는 프로레슬러가 있었다.
1970~80년대 미국 프로레슬링 엔터테인먼트 전신 WWF(현 WWE)에서 활약한 ´마초맨´ 랜디 새비지(58·본명 랜디 마리오 포포)가 그 주인공이다.
마초맨은 1991년 'WWF 레슬매니아7'에서 얼티밋 워리어의 돌덩이 같은 가슴팍에 무려 5번이나 팔꿈치를 꽂는 무리수를 던지기도 했다. 워리어에게 화가 난 이유는 은퇴가 걸린 세계 챔피언 타이틀매치였기 때문이다.
지는 자가 사각 링을 떠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시도하는 자나 당하는 자나 부상 위험이 매우 높은 고공 팔꿈치 기술을 질릴 정도로 단행했다. 그럼에도 마초맨은 워리어의 챔피언밸트를 빼앗지 못했다. 당시 ´천하무적 캐릭터´ 워리어에게 플라잉 숄더 블록을 수차례 허용한 끝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를 당한 것.
하지만 좌절 뒤에 행복이 찾아오듯, 마초맨은 워리어에게 무너진 직후 실제부인이자 매니저인 미스 엘리자베스(본명 엘리자베스 휴렛/2003년 5월 1일 약물 과다 복용 사망)와 극적으로 재회, 악역에서 선역 캐릭터로 개과천선했다.
이처럼 마초맨과 워리어의 레슬매니아7은 세계 프로레슬링 역사상 최고의 대결 중 하나로 손꼽힌다. 1시간이 넘는 실전을 방불케 한 각본 있는 명승부, 희로애락 드라마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프로레슬링 팬들 사이에서 길이 남을 레전드 매치가 됐다.
그러나 더 이상 마초맨의 ‘오~예!’와 같은 독특한 음색을 들을 수 없게 됐다.
21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피넬러스 카운티 근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25분경.
플로리다 고속도로 순찰대는 “새비지가 지프를 운전하던 도중 운전대를 놓쳐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나무와 충돌했다”고 사고 경위를 밝혔다. 동승한 아내 바바라 포포는 경상에 그쳤지만, 마초맨은 안전벨트를 착용했음에도 불행히 사망했다.
마초맨의 돌연사가 그 어느 프로레슬러의 요절보다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애증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WWF 시절 악역과 선역을 구렁이 담 넘듯 교묘하게 오가며 헐크 호건, 워리어, 밀리언 달러맨 테드 디비아시, 앙드레 자이언트 등과 수차례 명승부를 연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거물급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헐크 호건과 미스 엘리자베스를 둘러싼 갈등-화합-배신 반복 각본은 WWF 역사상 최고의 스토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로도 부정망상 증세가 있는 마초맨의 엘리자베스에 대한 광기 어린 소유욕, ´미국 영웅´ 헐크 호건에 대한 열등감은 마초맨을 단순 극악무도한 악당 프로레슬러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차례 수상한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영혼을 잠시 빌린 작가주의 프로레슬러로 승화시켰다.
등장할 때마다 ‘오~예!’를 외치고, 배꼽에 손을 얹은 채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는 남성우월주의 모션, 닉네임 마초맨에 걸맞은 굴곡지고 중후한 톤과 지나친 야성미 등은 마초맨이라는 프로레슬러를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로 빚었다.
사각 링에서 내뿜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의 마초맨. 그의 팬들이 아니 그를 기억하고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이 참을 수 없는 쓴맛을 다시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이유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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