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수 다른 ´실바 달심킥?’이 알린 진리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11.02.24 10:53  수정

비토 쓰러뜨린 가벼운 앞차기..격이 다른 기본기

흔한 기본적 기술도 몸에 제대로 익으면 ‘괴력’

실바의 ´앞차기사건(?)´은 아무리 흔하고 기본적인 기술이라도 제대로 몸에만 익으면 얼마나 무섭게 변할 수 있는지 입증한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필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본기!´

UFC 미들급 챔피언 ´스파이더맨´ 앤더슨 실바(36·브라질)는 세계 MMA 파이터 중 가장 완벽한 스트라이커로 꼽힌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동체시력을 바탕으로 격투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타격의 모든 기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 여기에 걸맞게 성적까지 빼어나 최고 타격가로서의 명성을 견고히 다졌다.

미르코 크로캅의 레프트 스트레이트와 미들-하이킥, 반더레이 실바의 양손 훅, 이고르보브찬친의 러시안 훅(Russian Hook), 페드로 히조의 로우킥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타격가들은 자신만의 강력한 필살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필살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 선수들에게 간파당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실바는 달랐다.


모든 타격이 필살기 ‘실바가 쓰면 다르다!’

실바는 8개의 다리를 가진 거미처럼 온몸의 신체부위를 고르게 활용하며 좀 더 자유로운 타격을 구사한다. 펀치와 킥은 물론 팔꿈치, 무릎 등 룰이 허락되는 한도에서 공격 가능한 모든 테크닉을 거침없이 뿜어댄다.

입식무대에서나 봄직한 다양한 콤비네이션은 물론, ´플라잉니킥(Flying Knee kick)´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구사하는데 어떠한 주저함도 없다. 물론 실바가 이처럼 마음 놓고 자신의 타격을 펼칠 수 있는 건 수준급 그래플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 넘어지면 힘을 못 쓰는 대다수 전문 타격가형 선수들과 달리 그래플러를 서브미션으로 잡아낼 정도의 주짓수 능력을 지녔다.

때문에 다른 스트라이커들과 달리 ´테이크다운(take down)´에 대한 공포가 덜하다. 스탠딩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넘어진다 해도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어 필사적으로 태클방어에 전념할 필요가 없다.

실바가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상황에 따라 모든 타격이 필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한 무기만 견제하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한 대다수 스트라이커들과 달리 실바의 타격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상대 입장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 워낙 기본기가 탄탄해 어떤 식으로 타격이 들어가도 큰 충격을 받는다.

지난 6일(한국시간) UFC 126 ´SILVA vs BELFORT´서 열렸던 ´머신건(machine gun)´ 비토 벨포트(33·브라질)전은 이러한 실바의 무서운 기본기가 잘 드러난 한판이었다.

당초 비토는 타격 쪽에서 어떤 선수보다도 실바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됐다. 실바보다 타격이 뛰어날 수는 없겠지만 빠른 핸드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속사포 같은 펀치연타와 순간적인 카운터에 능해 충분히 난적이 될 수 있을 것우로 보였다. 한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이변의 경기도 종종 나오는 것이 MMA무대인 만큼 실바의 굴욕을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대결은 결과적으로 실바의 놀라운 타격능력만 확인한 한판이 되고 말았다. 초반 비토의 날카로운 러시가 이어질 때만 해도 팽팽한 경기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실바는 이내 특유의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곧이어 ´프런트 킥(front kick)´을 시도했고, 비토는 갑자기 충격을 받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가볍게 툭 던진 앞차기에 정확히 턱을 얻어맞은 것.

큰 충격을 받은 비토는 바닥에 넘어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이후 터진 송곳 같은 파운딩은 확인사살에 불과했다. 최강의 도전자 중 하나로 꼽혔던 상대가 허무하게 무너져내린 순간이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실바의 킥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가장 무서운 기술은 기본기!

실바의 앞차기는 상당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툭하고 치니 억하고 쓰려졌다´는 말이 연상될 만큼 너무도 싱겁게 빅매치가 끝났기 때문. 이 정도의 큰 경기에서 가벼운 앞차기로 상대를 넉아웃시킨 경우는 앞으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이후 실바는 LA의 블랙하우스 체육관서 인기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이 자신의 킥 훈련에 도움을 줬다고 밝혀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실바의 킥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가볍게 견제용으로 찬 것 같은데 필살기가 되어버린 킥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일부에서는 갑자기 발이 쭉 늘어나듯 내질러진 모양새를 보고 ´달심킥´이라는 애칭까지 흘러나왔다.

´달심´은 199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큰 흥행몰이를 했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2´의 캐릭터 중 하나로 팔과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신비한 요가술법을 구사한다. 실바의 앞차기가 얼마나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실바의 ´앞차기사건(?)´은 아무리 흔하고 기본적인 기술이라도 제대로 몸에만 익으면 얼마나 무섭게 변할 수 있는지 입증한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이타가키 케이스케 원작의 인기격투만화 <파이터 바키>를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핵심 등장인물 중 ´무신(武神)´ 오로치 돗포는 어느 날 최강의 격투 괴물인 ´투귀(鬪鬼)´ 한마 유지로와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친다. 계속해서 유지로에게 밀리던 돗포는 어떤 기술을 통해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데 성공한다.

그 기술은 다름 아닌 평범한 정권지르기였다. 가라데를 베이스로 하는 돗포 입장에서는 복서의 잽만큼이나 단순하기 그지없는 기술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1000번씩 수십 년간 갈고 닦은 정권지르기이기에 그 어떤 화려한 기술보다도 깊이와 무게감이 있었다.

실바의 앞차기가 바로 그랬다. 앞차기는 타격가는 물론 웬만한 그래플러들까지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실바는 앞차기에도 급수가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얼마나 많은 훈련을 통해 탄탄한 기본기가 닦여 있는지 새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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