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아르헨티나전’ 승부만큼 치열한 엔트리경쟁
이승렬·구자철·신형민 등 국내파 ‘마지막 기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공월드컵’ 예비 엔트리(30명)를 발표한 이후 첫 평가전을 치른다.
16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맞붙는 에콰도르는 남미의 신흥 강호로 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째 맞대결 상대인 아르헨티나에 대비한 스파링이다.
에콰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로 한국(49위)보다 오히려 순위가 높다. 비록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02 한일월드컵-2006 독일월드컵에 연속 참가했고, 독일월드컵에서는 당당히 16강에 진출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특히 에콰도르는 지난해 6월 고지대인 키토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남아공월드컵 남미 예선 홈경기에서 2- 완승,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1994년 6월 미국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1-2로 패한 바 있다.
이번에 내한한 에콰도르 대표팀에는 박지성 팀 동료인 루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크리스티안 베니테스(버밍엄시티), 세군도 카스티요(울버햄튼), 펠리페 카이세도(말라가) 등 유럽파 선수들은 모두 빠졌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SC(3명), 엘 나시오날(2명), 에멜렉(4명), 리가 데 키토(3명), 데포르티보 키토(3명) 등 에콰도르 리그의 전통적인 명문과 신흥 강호에 소속된 실력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제외는 아쉽지만 남미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려는 대표팀 스파링 상대로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가상 아르헨티나전’ 성격의 경기라는 점뿐만 아니라만, 30명의 허정무호 예비 엔트리 가운데 최종 엔트리 합류할 국내파 선수들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허정무 감독이 본선 무대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어떤 전술적인 택할 것인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경기가 될 전망이다.
허정무 감독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상에서 회복 중인 박주영(AS모나코)을 기용하지 않는 한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출전과 발목 부상으로 휴식이 필요한 이동국(전북현대)은 후반에 교체투입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에콰도르전에서는 이승렬(FC서울)이 우선적으로 점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활약 중인 안정환(다롄 스더)은 16일,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근호(이와타)는 17일, 각각 입국하기 때문에 에콰도르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강한 집중력과 무르익은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이승렬이 에콰도르전에서도 맹활약한다면, 최근 기나긴 골 침묵에 빠진 이근호를 밀어내고 허정무호의 공격라인 한 축을 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미드필더 포지션의 국내파 선수들 간 경쟁 구도는 측면과 중앙의 양상이 다소 차이가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이 좌우 측면을 책임지는 주전으로 굳어진 가운데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염기훈(수원삼성)을 비롯해 김보경(오이타), 김치우(FC서울), 김재성(포항 스틸러스) 등이 백업 요원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만, 탁월한 골 감각과 킥력을 가진 염기훈은 최전방 공격수로도 활용이 가능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괜찮은 편이어서 다소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김재성은 최근 소속팀의 성적이 좋지 않지만 개인의 능력이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에콰도르전에서 무난한 활약만 펼친다면 이청용의 백업 요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는 허정무호 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조원희(수원삼성), 김정우(광주상무), 기성용(셀틱), 김남일(톰 톰스크) 등 4명의 최종 엔트리 발탁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신예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과 신형민(포항 스틸러스)이 그 틈바구니를 뚫을 수 있을지가 체크 포인트다.
에콰도르전이 국내파 위주의 점검이 이뤄진다고 볼 때 중앙 미드필더들은 스피드가 좋고 기술이 좋은 남미 선수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능력 보다는 수비적인 능력을 더 크게 어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선 상대인 아르헨티나의 막강한 화력을 감안할 때 전후반 90분 내내 중원에서 강한 압박과 영리한 센스로 상대의 예봉을 꺾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후방 수비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선수가 남아공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수비진에서는 좌우 측면이 사실상 최종 엔트리에 들 선수들이 정해진 가운데 그동안 ‘자동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으로 불려온 중앙 수비조합을 확정 지어야 한다.
중앙 돌파가 강한 에콰도르를 상대로 한국의 중앙 수비가 얼마나 견고한 수비력과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그리고 공격 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얼마나 위력적인 ‘비밀 병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허정무 감독의 기용 형태를 돌아보면 대략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이정수(가시마), 곽태휘(교토) 정도가 최종 엔트리 안정권으로 분류된다. 강민수(수원삼성)와 김형일, 황재원(이상 포항 스틸러스)이 나머지 1장의 티켓을 손에 쥐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포지션은 ‘문제 포지션’인 골키퍼. 이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됨으로써 남아공행은 확정됐지만 최근 불거진 ‘이운재 논란’ 때문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일단 이운재(수원삼성)가 이번 에콰도르전에도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후반전에는 정성룡(성남일화) 또는 김영광(울산현대)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현재 이운재의 기량이 후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선수들은 ‘가상의 아르헨티나’ 에콰도르와의 승부만큼이나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과연 누가 이 두 가지 의미의 전쟁에서 모두 승리, 남아공으로 가는 허정무호의 최종 탑승자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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