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트래포드를 가득 메운 7만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홈팬들이 과거 에이스의 귀환을 기립박수로 맞았다.
AC 밀란에서 임대 생활을 보내고 있는 데이비드 베컴(35·LA 갤럭시)은 11일(한국시간) 맨유와의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 2차전에 교체 출전해 7년 만에 친정팀 그라운드를 밟았다.
현지 언론들은 경기 전부터 베컴의 출전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고 베컴 역시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맨유를 존경하며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에도 팬들은 늘 변치 않는 성원을 보내줬다”며 친정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특히 베컴은 “골을 넣더라도 세리모니를 펼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맨유를 응원하는 팬”이라고 덧붙여 맨유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베컴은 0-3으로 뒤진 후반 18분이 돼서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데이비드 베컴의 이름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홈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고, 베컴 역시 다소 긴장어린 표정으로 포지션에 위치했다.
짧은 출전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컴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처음 공을 잡았을 때 맨유 팬들은 일제히 ‘우’하며 야유를 보냈지만 명불허전의 오른발 크로스가 날카롭게 꽂히자 이내 숨을 죽이고 그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특히, 후반 28분에는 아크 중앙에서의 강력한 논스톱 중거리슈팅으로 쏘아 올려 다시 한 번 맨유 팬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경기 후 베컴은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팬들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큰 환영을 받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오늘은 최고의 밤이 될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또한 베컴은 “루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 선수 가운데 하나다. 상대 수비수들은 루니를 상대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루니의 더욱 무서운 점은 여전히 기량이 발전하는 선수”라며 후배의 기량에 혀를 내둘렀다.
맨유 유소년 출신인 베컴은 지난 1992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개리 네빌 등과 함께 ‘퍼거슨의 아이들’로 불리며 90년대 중후반 맨유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베컴은 지난 2003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까지 통산 399경기에 나서 87골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팀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 FA컵 우승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의 영광을 안겼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난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LA 갤럭시를 거쳐 현재 밀란에서 임대 신분으로 뛰고 있다.
한편,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웨인 루니의 두 골로 2-0으로 앞서던 후반 14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스카이스포츠·평점8)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5월 6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서 벌어졌던 아스날과의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골을 넣은 지 10개월 만이다. 공식 경기에서 골맛을 본 것도 지난달 1일 아스날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 이후 한 달여 만이다.[데일리안 = 전태열 객원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