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4차전]양현종-채병용 선발
시리즈 내내 이어지는 6번 타자 중요성
‘생각대로’ 야구를 펼친 SK가 2패 뒤 1승을 거두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SK는 19일 문학구장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회 박정권의 결승 투런 쐐기포 등 장단 12안타를 몰아쳐 KIA에 11-6 대승을 거뒀다.
지난 1,2차전에서 상대보다 많은 안타를 뽑아내고도 점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SK는 초반부터 KIA 마운드를 두들겨 승리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반면, KIA는 선발 구톰슨이 추운 날씨 탓에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가운데 2이닝 4실점의 부진한 투구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후속투수로 나온 서재응과 손영민 역시 각각 4점과 3점씩 내주는 등 약점으로 지적된 불펜의 허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20일 문학구장서 계속되는 4차전에서 KIA 조범현 감독은 좌완 양현종을 선발로, 김성근 SK 감독은 부상을 안고 있는 채병용을 내세울 예정이다.
‘선발투수 호투 = 승리’ 공식 입증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가 호투한 팀은 대부분 승리를 챙겼다.
한국시리즈 3차전 역시 KIA는 믿었던 선발 구톰슨이 조기에 무너져 고전했다. 구톰슨은 시즌 막판 조범현 감독의 배려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 추운 날씨로 인해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하다 보니 장기인 컷패스트볼의 위력도 반감됐다. 구톰슨은 3회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정권에게 결정구로 커터를 던졌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홈런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인 채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SK 선발 글로버는 아웃카운트 하나가 부족해 승리에 닿지 못했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다만, 집중적으로 4사구 5개를 내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4회 볼넷 3개로 2사 만루의 위기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넘긴 글로버는 5회에도 또 다시 2사 후 몸에 맞는 볼 2개를 허용했다. 장타 하나면 4점 차의 여유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상황. 김성근 감독은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고, 곧바로 이승호를 마운드에 올려 투수땅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4차전 역시 서서히 물오른 양 팀 타격을 감안할 때, 선발투수의 호투보다는 얼마나 버텨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KIA 선발 양현종은 사실상 팀 내 유일한 좌완요원으로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140km 후반대의 직구와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올 시즌 12승5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한 양현종은 데뷔 3시즌 만에 류현진-김광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투수로 급성장했고, 무엇보다 SK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SK전 2경기(선발 1경기)에 등판해 7.1이닝동안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23을 마크했으며, 특히 9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SK만 만나면 힘을 냈다.
SK 타자들도 이호준과 김강민, 김재현 정도만이 안타 맛을 봤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양현종 구위에 눌려 속절없이 물러났다. 최근 3년 동안에도 양현종은 최정(타율 0.467)에게만 약했을 뿐, SK전 통산 피안타율이 0.250에 불과하다.
등판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SK 선발 채병용도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라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전망이다.
현재 오른쪽 팔꿈치 인대 부상을 안고 있는 채병용은 연습투구에서 직구구속이 130km도 넘기 힘들었지만, 실전(플레이오프 두산전)에서는 140km중반대의 속구로 끌어올려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시즌 성적은 61.1이닝 3승 3패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했고, KIA전에서는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38로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채병용의 등판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하는 채병용은 부상 후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강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동료들 역시 채병용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부상투혼을 펼치자 이에 자극을 받아 ‘리버스 스윕’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트시즌 통산기록도 3승 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로 큰 경기에 무척 강하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마무리투수로 나와 뒷문 단속을 확실히 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 자격요건인 5이닝 이상은 채우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 1.17로 틀어막으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6번 타자가 잘 해야 산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양 팀은 6번 타자의 활약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KIA 조범현 감독은 1차전에서 주로 3번에 배치했던 이종범을 6번으로 끌어내렸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종범은 2타점 적시타에 이어 8회에도 1타점 결승타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반면, SK는 2차전에서 6번 이호준이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고, 이는 곧 패배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3차전에서도 6번의 중요성은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이번에 눈물을 삼킨 쪽은 KIA였다.
KIA는 4회 2사 만루의 찬스에서 6번 이재주가 포수 파울 플라이로 어이없이 물러나며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이후 투수들의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와 반대로 SK는 6번 정상호가 2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팀에 두 번째 득점을 안겼고, 5회에도 2타점을 쓸어 담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따라서 양 팀 감독이 이번 4차전에서 ‘어떤 타자를 6번에 배치하느냐’는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IA와 SK 모두 중심타자인 김상현-최희섭과 박정권의 타격감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6번 타자에게 보다 많은 찬스가 올 가능성이 높다.
일단 KIA는 베테랑 이종범이 다시 6번으로 내려올 공산이 크다. 이 자리의 적임자로 평가받는 장성호는 최근 손목이 좋지 않고, 3차전에서 기용된 이재주 카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SK는 좌완 양현종이 등판함에 따라 스타팅 라인업이 대폭 교체될 전망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2차전에 대해 “승부처에서 1번과 6번이 막혀 졌다”며 중심타선보다는 6번의 연결고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좌투수 킬러’ 이재원이 3번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고 이호준이 클린업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양 팀 중심타자들의 홈런포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올 시즌 홈런왕 김상현은 문학구장에서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3점포로 장식하며 타격감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 1,2차전에서는 상대 투수들의 철저한 견제 탓에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홈런 1개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김상현은 올 시즌 문학구장에서 타율 0.341 6홈런 9타점으로 시즌 성적보다 상회하는 활약을 펼친 바 있어 4차전에서도 방망이의 대폭발을 예고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MVP 박정권도 또 다시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박정권은 3차전에서 1회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데 이어 2-0으로 앞서던 3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5타수 4안타 4타점.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타율 0.529 4홈런을 기록 중인 박정권은 가장 무서운 타자로 돌변했다. 타격이 받쳐주다 보니 수비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박정권은 4회 김원섭의 우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KIA의 찬스를 무산시켰다.
KIA와 SK는 4차전 이후 하루 휴식을 취한 뒤 중립지역인 잠실로 이동한다. 현재 2승 1패로 앞서 있는 KIA는 4차전을 잡을 경우 12년만의 우승이 목전에 다가오게 된다. SK 역시 4차전 승리로 시리즈의 균형을 이룬다면 오히려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
KIA와 SK는 3차전에서 서재응과 정근우의 격한 신경전으로 한 차례 벤치클리어링을 펼쳤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양 팀 선수들의 기세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그만큼 뜨거운 한국시리즈 패권의 분수령이 될 이번 4차전에서 어느 팀이 패기를 발휘할 수 있을지, 문학구장은 벌써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 달아오르고 있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