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이터’ 아킬리노 로페즈(34)가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제1선발 중책을 맡았다.
KIA 조범현 감독은 15일 광주구장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1차전 선발로 로페즈를 예고했다. 상대 SK는 일본인투수 카도쿠라 켄(36)을 마운드에 올린다.
로페즈의 올 시즌 SK전 성적은 상당히 좋다. 다섯 번 등판해 2승무패/평균자책점 2.27로 자신의 기록보다 더 좋았다.
SK 타자들이 나쁜 공에는 쉽게 손을 대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투수를 괴롭히는 성향을 띠고 있지만, 로페즈는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아가며 빠르게 승부를 걸어 이러한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로페즈는 윤성환(삼성)-조정훈(롯데)과 함께 페넌트레이스 다승 1위(14승)에 올랐다. 경쟁자들의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비교적 높은 것에 비해 로페즈는 3점대 짠물피칭으로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3위에 랭크됐다.
무엇보다 로페즈의 가장 큰 가치는 이닝소화 능력이다.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음에도 불구, 190 1/3이닝을 책임지며 전체 투수 가운데 최다이닝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이 낮게 제구된 덕에 피홈런도 불과 6개밖에 없다. 최다이닝 투수 TOP10 가운데 한 자릿수 피홈런은 로페즈가 유일하다.
조 감독 역시 로페즈의 이러한 능력을 높이 샀다. 윤석민-릭 구톰슨-양현종 등 다른 선발요원들의 기량 역시 못지않지만, 가장 오래 던지고 장타를 덜 맞는 그를 1선발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로페즈는 과거 ´전라도 용병´으로 불렸던 다니엘 리오스를 연상케 한다. 구종은 단순하지만 강한 체력과 불같은 승부근성으로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까지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흡사하다.
다혈질 탓에 이따금 특정이닝 대량실점을 허용하면서도, 그 순간만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본래 컨디션으로 돌아와 이후를 책임지는 모습 또한 영락없이 닮았다.
로페즈가 ´이닝이터´라는 명성에 걸맞게 1차전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KIA의 이후 투수운용은 좀 더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KIA는 현재 접전에서 내보낼만한 불펜투수가 많지 않다. 선발 투수진이 쟁쟁해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손영민-곽정철-유동훈의 필승계투조로만 한 시즌을 버텨온 상황이다.
한기주-이대진 등이 뒤를 받쳐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서는 선발요원들까지 활용할 복안이지만, 검증이 덜 돼 불안함은 걷어낼 수 없다. 더욱이 손영민-유동훈 등은 연투에 약해 매 게임 등판하기 쉽지 않다. 1차전부터 불펜소모를 줄이며 투수진을 운영해야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외국인 1선발 중책을 맡은 로페즈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광주구장서 포효할 수 있을지, 정상을 꿈꾸는 KIA팬들의 기대는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