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앞서던´ 두산…왜 3년연속 SK에 무너졌나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09.10.15 09:05  수정

[PO]결정지을 타이밍 살리지 못해 장기전 초래

선발-불펜 마운드 조화 SK에 뒤져...중심타선 침묵 반복

두산이 또다시 SK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땅을 쳤다.

두산은 14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부활한 SK 타선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3-14로 대패, 다잡았던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쳤다.

포스트시즌 3년 연속 패배. 매번 기선을 제압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닮은 꼴 역전패를 당했다는 점은 더욱 뼈아프다. 6년 연속 5할 승률을 달성하며 프로야구의 강호로 자리 잡은 두산은 이번 패배가 자칫 ´징크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에 이르렀다.

포스트시즌서 3년 연속 SK에 무릎을 꿇은 두산 김경문 감독.

이겨야할 타이밍을 놓쳤다

사실 이번 시리즈는 당초 두산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했다. 준PO에서 롯데를 완파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김동주-김현수 등 중심타자들의 타격감이 절정에 달해있었다.

반면 SK는 체력적으로는 두산보다 유리했지만, 김광현-송은범-박경완-전병두 등 주축들이 대거 엔트리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여기에 시리즈 초반 금민철-세데뇨 등 걱정했던 선발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몸이 덜 풀린 SK 타선을 봉쇄했고, 타석에서는 고영민-최준석 등이 때마침 불어온 가을바람을 등에 업고 행운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행운도 깃들었다.

하지만 3차전에서부터 흐름이 갈리기 시작했다. 두산은 1-1로 맞선 9회말 1사 2루라는 끝내기 찬스를 잡았지만 정수빈과 고영민이 아쉽게 범타로 물러났고, 이어진 10회초에 결국 박재상에게 결승타를 얻어맞고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4차전에서도 두산은 3-3으로 맞선 3회와 4회 연이어 추가득점을 올릴 수 있는 찬스를 잡았지만, 병살타 2개로 기회를 날렸다. 여기에 탄탄한 내야수비를 보여주던 김동주와 손시헌이 연속 실책을 저지르며 결국 후반부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흐름을 살리지 못한 대가는 곧 상대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마운드와 집중력 싸움 'SK가 앞섰다'

실질적으로 양팀의 대결은 마운드에서 갈렸다고 보는 것이 옳다. SK는 김광현-송은범-전병두의 공백에도 불구, 선발과 불펜이 안정감 있게 두산의 강타선을 5경기에서 총 14점으로 봉쇄했다.

1선발 글로버가 실전감각 저하 속에 3일 간격으로 등판해야하는 부담으로 다소 부진했고, 정우람이 2차전에서만 3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그 외에는 철옹성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2-3선발 카도쿠라와 채병용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줬고, 고효준-윤길현-정우람-이승호-정대현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진을 바탕으로 벌떼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두산은 초반 선발진이 선전했지만 오히려 믿었던 불펜진에서부터 구멍이 뚫렸다. 가장 믿을 수 있던 임태훈이 ´천적´ 박정권에게 홈런 2방과 4차전 결승타를 허용하며 크게 흔들렸고, 고창성과 이용찬도 무한신뢰를 보내기엔 부족했다.

불안하게 지탱해오던 마운드는 결국 5차전에서 독이 오른 SK 타선에 홈런 6방 포함 19안타 14실점하는 ‘참사’를 당하며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됐다. 단기전에서는 확실한 에이스 없이 이길 수 없다는 야구의 속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결과였다.

SK 투수들의 호투는 곧 두산 타자들의 부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고영민 정도가 20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으로 선전했을 뿐, 김현수가 18타수 5안타 3타점, 김동주가 16타수 1안타 타점 0, 최준석도 1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철저히 묶이며 중심타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늘도 두산을 외면했다

두산은 여러모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 13일 열린 5차전에서 김현수의 솔로홈런으로 앞서나가던 두산은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인해 노게임이 선언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선취점을 올리는 팀이 반드시 이긴다는 공식이 이어져오고 있었기에 두산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우려대로 우천 취소로 하루 만에 다시 열린 5차전에서는 SK가 1회에만 홈런 2방포함 3득점을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사실상 초반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최종전만이 아니라 3차전에서는 10회 박재상의 결승타가 조명탑의 불빛에 가려지며 시야를 흐리는 바람에 정수빈이 타구 방향을 놓친 것이 기록되지 않는 실책으로 이어지며 결승타를 헌납하기도 했다.

두산으로서는 이래저래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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