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잡은´ SK…한국시리즈 3연패 정조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09.10.15 03:37  수정

[PO]2연패 뒤 3연승으로 KS 안착

MVP는 3홈런-8타점 박정권 영예

SK 와이번스가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SK는 14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홈런 6방 포함, 장단 19안타를 폭발시키며 두산을 14-3으로 대파했다.

5차전에서도 홈런 1개를 추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박정권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70표 중 62표(88.6%)를 얻어 4표(5.7%)를 얻은 이승호를 제치고 MVP의 영광을 안았다.

이로써 SK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쌍방울전) 이후 13년 만에 2패 뒤 3연승을 기록한 두 번째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SK 김성근 감독은 당시 쌍방울 사령탑을 맡고 있던 터라 해묵은 불명예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선수들 역시 지난 한국시리즈 2연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큰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을 아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제 페넌트레이스 1위 KIA마저 꺾고 올 시즌 패권을 차지할 경우 그토록 염원하던 ‘SK 왕조’가 탄생하게 된다.

SK는 15일 광주로 내려가 미디어데이를 가진 뒤, 16일부터 정규시즌 1위팀 KIA와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2연패 뒤 3연승을 올린 SK는 시즌 막판 ´19연승´의 위용을 되찾고 한국시리즈에 안착했다.

타선 대폭발 SK, ‘19연승 감’ 살아났다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7안타 2득점 빈공에 그치던 타선이 4차전을 기점으로 되살아났다.

SK 타자들은 3차전 선발로 나선 채병용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역투를 펼치자 이에 힘을 얻어 4차전서 11안타 8득점으로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이날의 공격은 ‘5차전 대폭발’의 서막에 불과했다.

SK는 폭우로 하루 순연된 14일 5차전에서 1회부터 거세게 몰아쳐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특히, 6개의 홈런의 몰아친 SK는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까지 갈아치우며 홈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부진하던 타자들도 모처럼 신바람을 내며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지뢰밭 타선을 재건했다. 플레이오프에서 18타수 3안타에 그쳤던 박재상은 이날 연타석 홈런 포함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포를 터뜨렸고, 시리즈 내내 안타를 뽑지 못하던 포수 정상호도 4타수 3안타 1홈런으로 부활했다.

SK는 선발 전원안타 및 정근우와 나주환, 교체 투입된 조동화를 제외한 모든 타자들이 타점을 기록,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KIA 투수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여전히 위력적인 허리 힘

김성근 감독은 최대 승부처였던 3회, 선발 채병용이 첫 타자 최승환을 아웃처리하자 곧바로 좌완 이승호를 조기 투입했다.

이승호는 이종욱과 민병헌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우익수 박재홍이 고영민의 희생플라이를 강한 원바운드 송구로 이종욱을 홈에서 잡아냈다. ‘위기 뒤 기회’를 잡은 SK는 곧바로 이어진 3회말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승세를 굳혔다.

승리를 확신한 김성근 감독은 이후 윤길현-고효준-정대현-정우람 등 핵심 불펜자원들을 1이닝 정도씩 등판시켜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각각 1실점씩 내주긴 했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이라 전력투구에 나서지 않았다.

투수들의 실전 투구감각을 이어가 이미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는 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었던 것. 특히, 지난 2차전에서 고영민으로부터 결승 투런 홈런을 얻어맞은 정우람은 9회 삼진 3개를 솎아내며 자신감을 재충전했다.

SK는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원투 펀치’ 김광현-송은범과 시즌 막판 마무리로 활약한 전병두를 엔트리에서 제외, 플레이오프와 마찬가지로 불펜에 크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KIA는 ‘CK포’ 최희섭-김상현 등 몇몇 타자들에게 의존한 팀으로 두산에 비해 방망이의 힘이 약하다. 실제로 SK 불펜진은 올 시즌 KIA를 상대로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한 데다, 정대현(0.00)-윤길현(2.16)-정우람(2.31)-이승호(3.06)-고효준(3.09) 등의 핵심자원들은 KIA만 만나면 철옹성을 쌓아올렸다.


데이터대로 SK, 다소 아쉬운 ‘야신’의 전략

경기 직전 김성근 감독은 “감(感)으로 야구를 하다 보니 경기에서 졌다. 역시 믿을 것은 ‘데이터’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2차전에서 평소와 다르게 교체카드로 꺼내든 선수들을 너무 믿었다. 특히 1차전에서 대타 이호준을 상대로 언더핸드 투수인 고창성이 투입되자 다시 한 번 ‘김재현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지만, 그대로 밀어붙였다가 삼진으로 기회를 날렸다.

2차선에서도 구원투수 정우람이 이종욱에게 결승 2루타를 맞았지만 최근 구위가 좋다는 점을 감안해 투수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 이후 정우람은 고영민에게 쐐기 투런포를 맞은 뒤에야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3차전 이후부터 김성근 감독은 철저한 ‘데이터베이스 야구’를 펼치기 시작했다. 상대투수에 따른 대타 기용을 비롯해 위기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상대 타자의 천적으로 불리는 투수들이 투입됐다.

다만,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김경문 감독이 ‘야신’의 전략을 꿰뚫고 있었다는 점은 되짚어 볼만하다. 이에 김성근 감독 역시 5차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참 대단하다. 맞대결을 할수록 점점 잡히지 않더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자신의 야구가 상대에게 읽힌다는 뜻이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특유의 ‘믿음 야구’에 기초한 ‘김성근식 데이터 야구’를 접목시켜 몇 번이나 김성근 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야신’은 이제 수제자 조범현 감독과 맞붙는다. 거울을 보는 듯 자신과 꼭 닮은 전략과 마주할 김성근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2009 한국시리즈는 15일 미디어데이를 가진 뒤 오는 16일부터 7전 4선승제의 막을 올린다. 1,2차전은 정규시즌 1위팀 KIA의 홈 광주구장에서 열리며, 3,4차전은 문학구장에서 펼쳐진다. 5,6,7차전은 광주구장이 2만석 이하인 점을 감안해 중립지역인 잠실로 이동해 맞대결을 벌인다.[데일리안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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