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옛 정보기관 인맥 활용…백악관 메시지 직접 전달
美 변호사·투자은행가 동원해 비밀 협상망 구축
우크라 영토 양보 담긴 종전안까지 마련…결국 무산
21일 스티브 위트코프(오른쪽) 미국 중동특사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측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옛 동독 비밀경찰 출신 인물을 통해 극비리에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전직 정보요원이 미국 백악관의 메시지를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종전 협상까지 중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밀 협상의 핵심 인물은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 출신 마티아스 바르니히다. 그는 1980년대 동독 드레스덴에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활동하던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에는 푸틴 대통령이 교통사고로 아내를 다치자 두 딸을 바르니히의 독일 집에 맡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비밀 채널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구축됐다. 미국 변호사 리처드 콘과 투자은행가 밥 포어스먼이 바르니히를 접촉했고,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러시아 담당 선임국장이던 에릭 그린과도 연락했다.
그린은 콘을 통해 바르니히에게 백악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바르니히는 같은 해 10월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난 뒤 협상 의사가 담긴 답변을 미국 측 인사들에게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4월 결렬된 이스탄불 평화협상을 토대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도 접촉했다. 2023년 1월 스페인령 그란카나리아섬에 모여 러시아의 점령지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안전보장 방안 등을 담은 종전안을 마련했다.
바르니히는 푸틴 대통령이 해당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를 거부한 데다 미국 정부도 비밀 채널을 공식 승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은 무산됐다. 미국 정부도 해당 협상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FT는 "이 같은 비밀 접촉이 당시 미국과 러시아의 공식 외교 채널 밖에서 이뤄졌으며, 푸틴 대통령의 오랜 정보기관 인맥이 양국을 연결하는 핵심 통로로 활용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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