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수급 불안 때마다 해외 신선란 투입
올해 2억개 추가 수입 계획…약 820억원 잠정 집행
국감서도 “수입란 1200억·농가 시설 직접보조 97억” 지적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계란 매대 모습. ⓒ뉴시스
정부가 계란 가격이 오를 때마다 해외 신선란 수입을 반복하면서 단기 가격 안정과 국내 생산기반 강화 사이의 정책 불균형이 도마에 올랐다.
올해는 신선란 2억개 추가 수입 계획까지 내놓고 수백억원의 재정을 투입한 데 이어 향후 수급 충격 때 곧바로 수입에 나설 수 있는 대응체계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수급 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중장기 정책보다 단기 가격 안정에 무게가 쏠릴 수 있다는 점이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5월 미국·태국 등을 중심으로 신선란 2000만개 추가 수입 계획을 내놨다. 수급 불안이 이어지자 6월 말에는 2억개 추가 수입으로 규모를 크게 늘렸다.
9월 말까지 실제 수입량은 1억3324만개로 미국산 1억2578만개, 태국산 562만개, 브라질산 112만개, 덴마크산 72만개다.
현재까지 계란 수입에 투입된 재정은 약 82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부는 당초 약 1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했지만, 최근 계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추가 수입은 잠정 보류한 상태다.
수입란 1200억원·농가 시설 직접보조 97억원…국감서도 도마
수입란에 투입되는 재정과 국내 산란계 생산기반 지원의 격차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는 수입란에 투입되는 재정과 국내 산란계 생산기반 지원의 격차가 언급됐다. 올해 수입란 관련 예산은 약 1200억원인 반면 최근 9년간 산란계 농가 시설 직접보조금은 97억원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해 계란 수입에 1200억원을 쓰면서 최근 9년간 산란계 농가 시설 직접보조금은 97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란의 가격 안정 효과와 물가 안정 기여도 분석자료를 요구했지만 농식품부가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점을 언급하며 “1200억원 쓰고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국감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축산발전기금과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외국산 계란을 수입하는 대신 국내 산란계 산업에 투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계란 수입 카드는 올해 처음 등장한 대책도 아니다. 2017년 AI 확산 당시 정부는 신선란 수입업체의 운송비 50%를 지원하고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당시 운송비 지원에만 우선 9억원의 예산이 추산됐다.
계란 매대에 미국산 수입 신선란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수급 불안정 때마다 등장한 ‘수입’ 카드
계란 수입을 통한 가격 안정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2021년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산란계가 대규모 살처분되면서 국내 계란 공급이 줄자 정부가 해외 신선란을 대규모로 들여왔다. 그해 1~9월에만 3억8000만개를 수입했고 12월에도 674만개를 추가로 들여왔다.
2023년에는 실제 공급 부족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수입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당시 계란 수급 자체는 안정적이었지만 고병원성 AI 추가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국영무역을 통해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개를 시범 수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직접 물량을 들여와 대형마트와 식자재업체 등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정부는 당시 시범 수입 목적에 대해 향후 AI 확산 등으로 긴급한 수급 불안이 발생했을 때 수입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부족한 물량을 즉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사전 점검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요 수입국인 미국에서 AI가 확산해 현지 계란 가격이 높은 점을 고려해 스페인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한다는 목적도 담겼다.
이후 정부는 2023년 말에도 AI 확산으로 산란계 살처분이 늘어날 경우 신선란을 신속하게 수입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내놨다. 수급 불안이 발생한 뒤 해외 물량을 투입하던 방식에서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수입선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올해는 다시 대규모 수입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신선란 2억개 추가 수입 계획을 내놓고 1200억원대 재정을 마련했으며, 9월 말까지 1억3324만개를 들여왔다.
향후 AI 등 수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즉시 수입에 나설 수 있도록 평소 수입 가능 국가와 업체 등을 관리하는 대응체계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산란계 농가를 둘러싼 정부 대응도 함께 논란이 됐다. 산란계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수입란에는 재정을 투입하면서 국내 생산자단체에는 가격고시 제재와 법인 설립허가 취소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수입은 한시 조치…국내 생산기반 지원도 병행”
정부는 수입란 관련 재정과 산란계 농가 시설 직접보조금만 단순 비교해 국내 생산기반 지원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계란유통센터와 공판장, 축사시설 현대화 등에 보조와 융자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선란 수입 역시 국내 생산을 대체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공급 부족과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수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평소 수입 가능한 국가와 업체 등을 관리하다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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