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열풍 속 인텔의 승부수... '로봇 두뇌'로 韓 제조업 공략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10.14 15:38  수정 2026.10.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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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울트라 시리즈 3 기반 통합 컴퓨팅 플랫폼 앞세워 상용화 속도

엔비디아 아이작 생태계에 개방형 전략 대응…로봇 개발·운영 비용 절감 강조

인텔 로보틱스 워크샵 질의응답 세션에서 존 힐리 인텔 로보틱스 부문 총괄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인텔이 한국 제조사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팅 시스템을 중심으로 AI 추론부터 실시간 제어, 센서 데이터 처리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엔비디아가 아이작(Isaac) 기반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가운데 인텔은 CPU·GPU·NPU 통합 반도체와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로봇의 개발·운영 비용을 낮추고 실제 산업 현장 도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존 힐리 인텔 클라이언트 및 피지컬 AI 그룹 산업·로보틱스 부문 총괄 부사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인텔 로보틱스 워크샵-피지컬 AI 인 액션(Physical AI in Action)'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피지컬 AI는 증기기관의 등장에 비견할 만한 산업적 전환점"이라며 "인텔의 목표는 고객들이 실제 현장에 대규모로 배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피지컬 AI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사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제조업부터 물류, 유통,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로봇 활용이 확대되는 만큼 특정 로봇 제품보다 여러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힐리 부사장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로봇 분야로 자율이동로봇(AMR)과 산업용 로봇팔을 꼽았다. AI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제조 현장의 실시간 결함 탐지와 품질 검사, 물류·창고 자동화 등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휴머노이드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평가했다. 힐리 부사장은 "많은 고객과 파트너들이 인텔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휴머노이드 애플리케이션용 모델을 미세조정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텔은 휴머노이드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로봇 제조사와 개발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인텔 피지컬 AI 스튜디오 데모 현장.ⓒ임채현 기자
CPU·GPU·NPU 하나로…로봇 개발·운영 비용 낮춘다

인텔이 내세운 핵심 하드웨어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에 통합해 로봇 구동에 필요한 서로 다른 연산 작업을 분담하도록 설계했다.


CPU는 실시간 제어와 시스템 관리, GPU는 비전·언어·행동 모델(VLA)과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의 AI 추론, NPU는 센서 데이터 입력과 관리 등 전력 효율이 중요한 작업을 지원한다. 개발자는 로봇의 용도와 작업 특성에 따라 연산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


인텔은 이러한 이기종 컴퓨팅 구조를 활용하면 로봇 개발과 배포에 필요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실시간 제어와 AI 추론, 센서 데이터 처리를 위해 별도 시스템을 구성해야 할 수 있지만, 단일 SoC를 활용하면 여러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힐리 부사장은 "실시간 제어와 추론, 센서 관리를 위해 두세 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며 "하드웨어 구현과 소프트웨어 환경의 복잡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상용화 과정에서 AI 연산 성능 못지않게 실시간 제어와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생성형 AI와 달리 피지컬 AI는 판단 결과가 실제 기계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해진 시간 안에 예측 가능한 반응을 수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힐리 부사장은 "로봇은 AI 모델을 빠르게 실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실시간 제어와 시간 결정적 성능을 제공하고 기능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수십 년간 산업용 컴퓨팅 분야에서 축적한 실시간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제어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AI 추론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시스템 안전성까지 로봇용 컴퓨팅 플랫폼의 경쟁 요소로 내세운 셈이다. 휴머노이드의 총소유비용(TCO)을 낮추기 위한 전략도 제시했다. 힐리 부사장은 휴머노이드 전체 비용에서 액추에이터와 기구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설명하면서 인텔이 직접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분야는 컴퓨팅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단일 SoC를 통한 설계 복잡성 완화, 연산 성능과 소비전력의 균형,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기능 확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비용 최적화는 제품을 처음 도입하는 시점뿐 아니라 실제 운영되는 전체 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아이작에 맞선 개방형 전략…'어디서나 학습, 인텔서 배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의 생태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로봇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 생성에 활용되는 '아이작 심(Isaac Sim)', 로봇 학습을 지원하는 '아이작 랩(Isaac Lab)', 로봇 개발용 소프트웨어인 '아이작 ROS(Isaac ROS)' 등을 제공하고 있다. 로봇용 컴퓨팅 플랫폼인 젯슨(Jetson)까지 연결해 개발부터 실제 구동에 이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인텔은 개발자가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환경에 종속되지 않고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방형 전략을 강조했다. 힐리 부사장은 엔비디아 아이작 생태계와 비교한 인텔의 차별화 전략을 묻는 질문에 "첫 번째 경쟁력은 개방성"이라며 "시장이 특정 기술이나 단일 구현 방식에 종속되는 것을 피하고 개발자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텔이 내세운 핵심 소프트웨어는 '로보틱스 AI 스위트(Robotics AI Suite)'다. 로봇 개발자가 AI 모델 학습부터 미세조정, 시뮬레이션, 실제 로봇 배포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다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발 도구와 프레임워크로 구성됐다.


개발자는 파이토치(PyTorch) 등 외부 환경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킨 뒤 '피지컬 AI 스튜디오(Physical AI Studio)'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을 미세조정할 수 있다. 이후 '오픈비노(OpenVINO) 피지컬 AI'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완성된 AI 모델과 로봇의 실시간 제어, 시스템 관리, 전력 관리 기능 등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힐리 부사장은 "어디서든 학습하고, 어디서든 미세조정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텔 기반 솔루션에서는 빠르고 쉽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텔은 개발 과정에서 기존 AI 모델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이날 공개된 피지컬 AI 스튜디오 자료에는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용 AI 모델 '그루트 N1(GR00T N1)'을 비롯해 스몰VLA(SmolVLA), 파이제로(Pi0) 등의 모델이 지원 대상으로 제시됐다. 경쟁사 모델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개발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개발 생태계와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체계를 구축하기보다 다양한 외부 모델과 개발 도구를 수용하면서 최종 로봇 구동 단계에서는 인텔 반도체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엔비디아 역시 아이작 ROS와 아이작 심 등 오픈소스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만큼, 인텔은 기존 개발 환경과 다양한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에 더해 CPU·GPU·NPU 통합을 통한 시스템 설계 간소화와 총소유비용(TCO) 절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인텔은 로봇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하위 시스템을 손쉽게 통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힐리 부사장은 "기존에는 로봇의 여러 구성 요소를 통합하기 위해 개발자가 많은 양의 코드를 직접 작성해야 했다"며 "확장 가능한 라이브러리와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발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 피지컬 AI 스튜디오 데모 및 전시ⓒ인텔코리아
韓 제조사와 피지컬 AI 협력…로봇 상용화 '배포 격차' 해소

이 같은 플랫폼 전략은 한국 제조업계와의 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힐리 부사장은 한국을 정밀 엔지니어링과 제조업 혁신 역량을 갖춘 주요 시장으로 평가하면서 현재 여러 국내 제조사와 피지컬 AI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여러 제조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로의 전환을 최적화하고 첨단 피지컬 AI를 활용해 제조와 정밀 엔지니어링 분야의 자동화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 기간에도 국내 피지컬 AI 분야의 파트너사들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한국을 로봇 기술의 주요 수요처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협력 거점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날 워크숍에서는 국내 제조업 현장에 피지컬 AI를 적용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장영재 KAIST 교수 겸 다임테크놀로지 대표는 여러 로봇과 생산설비를 AI가 통합 운영하는 '다크팩토리' 구상을 제시했다. 장 대표는 "공장 자체를 거대한 하나의 로봇으로 보고 있다"며 개별 로봇을 넘어 공장 전체의 운영을 AI로 최적화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인텔은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입을 위한 기업들의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텔이 실시한 로봇 도입 준비도 조사에 따르면 기업 리더 10명 중 6명은 향후 5년 안에 여러 대의 로봇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람과 로봇을 함께 운영하기 위한 공식 전략을 갖춘 비율은 40%에 그쳤다.


힐리 부사장은 이 같은 차이를 '배포 격차(Deployment Gap)'로 규정했다. 연구실이나 제한된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시연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에서 확보하는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로봇 학습에 활용되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현실의 물리적 조건을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장에서 로봇을 운영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과 모델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힐리 부사장은 "실제 환경에서 얻는 데이터를 다른 것으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피지컬 AI 스튜디오를 통해 AI 모델 전문가가 아닌 현업 전문가들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로봇의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개방형 개발 환경, 실제 현장 데이터 확보를 지속해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3를 시작으로 로보틱스 관련 제품과 기술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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