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정부와 'EV 주도권' 힘겨루기?…500만원 '기습 인상' 속내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4.16 15:10  수정 2026.04.16 15:10

테슬라, 모델 YL 등 가격 최대 500만원 기습 인상

작년 말 모델 Y·모델 3 가격인하한 지 3개월 만

한국 전기차 점유율 25%…박리다매 대신 '대당 수익'

기후부 7월 보조금 개편 시 테슬라 못 받을 수도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손질하겠다고 나선 시점에 테슬라가 한국 시장 판매가를 끌어올려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테슬라에 보조금을 덜 주려하고, 테슬라는 높아진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가격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와 테슬라의 ‘눈치싸움’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모델3 퍼포먼스 가격을 5999만원에서 6499만원으로 500만원 올렸다. 모델Y 롱레인지 AWD는 5999만원에서 6399만원으로 400만원, 최근 선보인 모델YL은 6499만원에서 6999만원으로 500만원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모델Y, 모델 3 일부 트림 가격을 인하한 지 약 3개월 만의 재인상인 만큼, 시점이 절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환율 반영이나 원가 조정으로 보기 어렵단 것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테슬라의 급격히 높아진 한국 시장 점유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3월 국내에서 1만1130대를 판매하며 한국 진출 9년 만에 처음으로 월 1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수입차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가 전기차로만 월 1만대 이상 판매한 것 역시 최초다.


최근 중동사태 등으로 전기차 보급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테슬라가 이제는 ‘점유율 확대’보다 ‘대당 수익성 개선’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줄고, 가격이 오르더라도 구매 수요가 유지된다면 굳이 박리다매를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정부가 공개한 보조금 개편안과 테슬라의 가격 인상 시점이 교묘하게 맞물렸단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기존 차량 성능을 중심으로 했던 전기차 보조금 체계를 사업계획, 기술개발, 안전·사후관리 역량, 사업 지속성 등으로 개편해 80점이 넘는 제조사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사실상 보조금 판단 기준이 ‘차량’에서 ‘자동차 제조사’로 변화하는 것으로,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가 보조금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테슬라의 경우 보조금을 앞으로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보조금 손질은 전기차 보조금 활용 방식을 바꿀 시점이 됐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전기차 판매가 크게 증가한 만큼 국내 업체와 국내 전기차 산업을 보호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테슬라의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약 25%에 달한다. 중국 브랜드 BYD도 국내 출범 11개월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이항구 평택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미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며 "중국 전기차 확산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전기차 보급이 점차 가팔라지는 만큼 우리 역시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테슬라는 '보조금이 줄고, 가격이 오르더라도 한국 소비자는 산다'는 쪽에 베팅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테슬라는 현재 테슬라 자체 보조금과 정부 보조금 없이도 차를 수령할 것인지 고객 대상 설문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보조금 개편안이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면서 정부도 여론 부담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보조금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세부 평가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부 항목은 손보더라도 국내 기여도를 따지는 큰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