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알제리 대표팀 합류, 네이션스컵 첫 출전
아버지 지네딘 지단도 아들 결정 존중, 내년 월드컵행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데뷔전 치른 루카 지단. ⓒ AFP/연합뉴스
프랑스 축구 전설 지네딘 지단의 차남 루카 지단이 성공적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데뷔전을 치렀다.
알제리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각) 모로코 라바트의 프린스 물레이 압델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수단과의 경기서 3-0 대승을 거뒀다.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지단은 자신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첫 경기를 무실점 승리로 이끌며 아버지인 지네딘 지단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이날 지네딘 지단은 직접 경기장을 찾아 아들의 경기를 관전했다.
알제리 이민자 출신의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 축구대표팀에서 전설을 쌓아 올린 인물이다. 차남인 루카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부친을 따라 스페인에서 성장, 레알 마드리드 유스를 거쳐 프로팀에 입단했다.
프로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라요 바예카노, 에이바르를 거쳐 지난해부터 그라나다의 수문장 자리를 맡아 경쟁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루카는 골키퍼 치고 다소 작은 183cm의 신장에 불과하지만 반사신경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능력을 물려 받아 발재간이 뛰어난 골키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쭉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4년 프랑스 16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20세 이하 대표팀까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는 등 프랑스 축구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알제리 대표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프랑스 대표팀에는 루카의 자리가 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표팀은 위고 요리스가 오랫동안 부동의 수문장 역할을 맡았고, 그의 후계자는 브라이스 삼바로 낙점됐다. 여기에 루카 입장에서는 마이크 메냥, 뤼카 슈발리에와의 서브 골키퍼 경쟁도 쉽지 않았다.
결국 루카가 눈을 돌린 곳은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조국 알제리였다. 그는 지금까지 프랑스 A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택에서 자유로운 입장이었다.
루카는 지난 9월 처음으로 알제리 대표팀에 합류했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찬 것은 물론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며 내년 감격적인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지네딘, 루카 지단 부자. ⓒ AP=뉴시스
루카는 이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출전을 앞두고 “알제리하면 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할아버지 또한 나의 결정에 기뻐하며 자랑스러워하셨다”라고 전했다.
알제리 축구협회도 루카를 품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루카는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과 알제리 축구협회장이 직접 연락을 주셨다. '나의 나라'를 대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가족들 모두 적극 지지해줬다"라고 설명했다.
부친인 지네딘 지단도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다. 지네딘은 아들에게 “너의 인생이고 너의 선택이다.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결정은 너의 몫”이라 말했다.
아버지의 명성을 고려했을 때 루카 또한 프랑스 대표팀의 문을 계속 두들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나 그가 고른 선택지는 명분이 동반된 실속이었다.
무엇보다 프랑스 및 유럽에서는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들이 늘어나며 복수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선택은 감성의 문제보다 선수 개인의 커리어, 즉 월드컵 출전 가능성과 포지션 경쟁, 장기적으로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상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유럽 또한 과거에는 국적의 순수성을 강조했으나 지금은 선수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FIFA 규정 또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국적 변경의 길을 열어주며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오늘날 축구 선수들의 국적 선택은 과거처럼 배신도, 일탈도 아니다. 선수 개인의 커리어가 더 중요해졌고, 무엇보다 루카의 사례에서 보듯 뿌리를 찾아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분까지 더해졌다. 아버지의 국적이 기준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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