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예대금리차 3개월 째 하락
연말 맞아 수신 유치 경쟁 '활활'
"당분간 축소될 것" 새해 흐름 주목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3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 이자가 비싸졌지만, 은행들이 연말 고객 유치를 위해 예금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리면서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1.41%포인트(p)로, 지난 9월 대비 0.01%p 축소됐다.
이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올해 7월 1.48%p를 기록한 뒤, 8월 감소 전환을 시작으로 10월까지 3개월 연속 좁혀지는 모습이다.
예대금리차는 가계대출 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통상 은행의 이자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예대금리차도 벌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대출금리 상승분보다 수신금리 인상 폭이 더 커지면서 마진이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시장 지표는 오름세를 보였다.
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9월 말 2.9% 수준에서 10월 들어 3%대로 올라섰다.
지표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금리 역시 자연스럽게 상승 압력을 받았다.
실제 이들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3~6.23%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한 당시만 해도 3.77~6.07%였다. 불과 2주 만에 금리 상단이 0.16%p 오른 것이다.
지난 10월 말 대출금리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더 커진다. 당시 이들 은행의 대출금리 범위는 3.39~5.69%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예대금리차가 좁혀진 이유는 은행권의 치열해진 수신 경쟁 때문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예적금 만기 도래 시점을 맞아 기존 고객을 붙잡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대금리차 연속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예대금리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1.17%p를 보였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발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고, 이 과정에서 예대금리차가 급격히 벌어진 바 있다.
당시에는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반면, 정기예금 금리의 상승 속도는 비교적 더디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예대마진 축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 금리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재설정되면 대출 금리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 대출 총량이 풀리면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높였던 가산금리를 조정할 여지가 생긴다"면서도 "반면 자금 확보를 위한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은 구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예대금리차는 지금보다 더 좁혀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한파 속에서 이자 부담을 느끼던 차주들에게는 미미하게나마 예대차 축소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으나, 여전히 높은 대출 금리 레벨과 불확실한 시장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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