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959개 키운 삼성 C랩… 상생 넘어 '미래 공급망' 만든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20 15:20  수정 2025.11.20 15:21

2012년 이후 스타트업 959개사 지원, 내년 1000개 돌파

"대기업 혼자 할 수 없는 혁신, 스타트업이 메우며 상생"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 전시장 모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을 미래 사업의 전초기지로 키우고 있다. 스타트업에게는 시장 진입 사다리를 제공하고, 삼성은 이를 통해 내부에서 빠르게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과 사업 기회를 끌어오는 구조다. 20일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 현장에서는 이 같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날 행사에는 C랩 아웃사이드 7기 30개사와 졸업 스타트업 5개사 등 총 35개사가 참여했다. AI·로봇·스마트빌딩·탄소 모니터링·나노소재 등 삼성의 중장기 포트폴리오와 맞닿은 기술들이 대거 소개됐다. 단순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넘어, 삼성 사업부와의 협력이나 POC(사전 검증)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혼자선 어려워"… 스타트업과 동반 활로 모색


현장에 참석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에는 대기업이 있으면 협력업체들이 손발 역할을 하는 수준이었다”며 “앞으로는 그 정도 협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다양한 집단과 시너지를 내야만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I·3D 설계·로봇 센싱·스마트빌딩 등에서 스타트업이 가진 민첩한 기술은 삼성 내부에서도 단기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삼성은 C랩을 통해 이러한 기술을 외부에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예컨대 로봇용 힘센서를 개발하는 에이딘로보틱스는 삼성 로봇 개발의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 중이고, 소프엔티는 직접 개발한 나노 섬유 기반 복합 신소재를 삼성전자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3D CAD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엔달라이트, 빌딩 운영체제를 만드는 핀포인트, 탄소 감축을 자동 검증하는 땡스카본 등도 삼성 사업부와 직접 협업에 들어간 상태다.


“C랩이 시장 진입 사다리”

생성형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C랩 모델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유영준 뤼튼 이사는 “6명의 공동창업자가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C랩에 입주했고, 시장 전략을 배우면서 베타 제품을 제작, 졸업 후에는 삼성의 CES 글로벌 지원을 받으며 ‘뤼튼’과 ‘크랙’을 키워왔다. 챗GPT와 경쟁 중이며 국민 AI 유니콘이 목표"라고 밝혔다.


뤼튼은 현재 누적 투자 1300억 원을 유치한 생성형 AI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기업용 AX(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여러 기관과 진행하는 등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친환경 생활정수 플랜트 솔루션 제공 기업인 지오그리드는 지난해 2억원 수준의 매출에서 올해 900%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C랩 지원 덕분이다. 아울러 자사 기술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 전경ⓒ삼성전자
삼성에겐 ‘외부 R&D’… 스타트업엔 ‘성장 가속기’

이번 데모데이에서 눈에 띈 또 다른 흐름은, 삼성전자가 스타트업을 신규 기술 공급망으로 보는 시각이다. 삼성 입장에서 AI·로봇·디지털 헬스·탄소 모니터링·첨단 소재는 모두 “당장 필요하지만 내재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역”이다.


C랩을 통해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은 결국 삼성의 미래 포트폴리오를 외부에서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C랩은 단순 ‘지원 프로그램’ 이상의 역할이다. 사업부 검증, CES 등 글로벌 전시 지원, 실증 환경 제공, 투자 연계까지 하나의 성장 트랙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상생과 실리” 두 마리 토끼 잡는 C랩

삼성은 2012년 C랩 인사이드(사내 육성)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사내·사외 스타트업 959개를 육성했다. 사외 스타트업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2조원에 달한다. 2023년에는 'C랩 아웃사이드'를 대구, 광주, 경북 등 지역으로 확대하며 지역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삼성전자 C랩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대표적인 '개방형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사업 협력과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미래를 개척하는 동반자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