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주최 바이오미래포럼 개최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산업 AI 영향력 확대
이중 규제 문제 발목, 제도 기반 마련 필수적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바이오미래포럼’에서 환영사를 말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1980년대 인터넷을 바로 적용한 기업 만이 빅테크로 살아남았습니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제대로 적용했느냐 여부에 따라 후대 빅파마가 결정될 것입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의 융합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관련 기업들의 생존이 달린 실질적 혁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바이오미래포럼’에서는 바이오 산업에서의 AI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변화 속도는 과거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와 AI의 만남이 기술 발전과 정책 변화,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만든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신약 개발 시 동물 실험을 줄이고 AI, 오가노이드로 전환하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국의 규제 변화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기업 간의 경계를 허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바이오 회사들 뿐만 아니라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기존의 사업 영역이 달랐던 빅테크들까지 바이오 영역에 뛰어들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AI가 개념적인 것들이 많았다면 이젠 실질적으로 필드에서까지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AI 적용으로 가장 변화하고 있는 부문은 단연 신약 개발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독성 및 효과를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수년이 걸리던 과정이 몇 달까지 줄어들어 연구개발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효율성에 기반해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AI 신약 개발 규모는 2023년 약 1조3000억원에서 2028년 약 4조20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AI 기반 약물 스크리닝부터 임상까지의 영향력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아마 3~5년 사이에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이 FDA를 통과하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AI 적용 범위는 신약 개발을 넘어 질병 진단 예측, 개인 맞춤형 치료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루닛,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AI 전문 바이오텍 외에도 전통 제약사들 또한 AI 활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GC녹십자는 혈우병 환자들의 실사용 빅데이터에 AI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 관절 손상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미약품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신규 과제에 참여,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AI 기술이 산업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혁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기술의 혁신과 관련해서는 항상 규제가 뒤따라온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했으나 AI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내년 시행되는 법이 벌써 노후화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중 규제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가 탑재된 디지털 의료기기의 경우 디지털 의료 제품법과 의료기기법은 물론, 새로 시행되는 AI 기본법에 따른 규제까지 추가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AI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예산이 우위에 있는 국가와 달리 우리는 차별화된 데이터 전략을 국가적으로 모아 플랫폼을 구축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바이오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준비 중이다. 남혁모 과기정통부 첨단바이오기술과 과장은 “정부도 바이오의 근본적인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AI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규제, 데이터, 대형 인프라에 대한 부분까지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담아 AI 바이오 국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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