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정윤수 "2026년 '포텐' 터뜨릴 것…쓰라린 패배는 그 자양분" [인터뷰]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11.12 14:06  수정 2025.11.13 06:45

T1 바텀, 불리해도 날카로운 각 봐

게임 템포 놓치면 패닉...흐름 못 따라가는 부분 고칠 것

'덕담' 형이 분위기 메이커...베테랑들 믿음 덕에 자신감

KT 롤스터의 서포터 '피터' 정윤수 ⓒ라이엇 게임즈

2025년, '피터' 정윤수에게는 꿈에 그리던 무대와 가장 쓰라린 패배가 동시에 찾아왔다.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고 KT 롤스터의 1군 서포터로 자리매김한 그는 생애 첫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고, 그 무대에서 결승전까지 내달렸다. 비록 T1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2대 3으로 패배하며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이 아쉬운 경험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승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그는 패배의 고통을 긍정적인 '방향성'으로 전환시키는 중이었다.


'피터' 정윤수는 지난 12일 데일리안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결승 당일에는 너무 힘들고 아쉬워서 안 좋은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비행기 타고 온 날까지도 힘들었는데 하루 푹 자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스스로 생각하고 코치님들께 조언도 구하면서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귀국 후에는 그동안 못 만났던 농심 레드포스 시절 동료들을 만나며 잠시 숨을 골랐다고 밝혔다.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결승전 5세트 노틸러스 판이었다. 그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라며 T1의 '구마유시-케리아' 듀오와의 대결을 복기했다.


그는 "플레이적으로도 밀렸지만 T1 바텀은 게임이 불리한 순간에도 항상 날카로운 각을 봤다"며 "반면 저는 불리해지면 게임이 잘 안 보이는데, 그들은 이기든 지든 날카로웠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패배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KT 롤스터가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 파크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린 2025 롤드컵 결승전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이 쓰라린 경험은 그가 2026 시즌을 준비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피터' 정윤수는 "결승전에서 탐켄치나 노틸러스 판을 하면서 느낀 건, 게임 템포를 한 번 놓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게임이 아예 안 보이고 패닉에 빠지는 것"이라며 "잘하는 선수가 아니기에 끝까지 집중해야 하는데 게임의 흐름을 못 따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부분을 꼭 고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타지 생활과 큰 무대의 압박감을 이겨낸 데는 팀원들의 힘이 컸다. 그는 "'보성이 형(비디디)'이 결승 시작 전에 '하던 대로만 하자'고 말해줬고 롤드컵 내내 형들이 나를 믿어주고 '자신감 있게 해보라'고 격려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숙소의 '분위기 메이커'로는 '덕담' 서대길을 꼽았다. '피터' 정윤수는 "대길이 형(덕담)이 중간 형들과 막내들 사이에서 장난도 많이 쳐주고 연결 다리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KT 롤스터의 '피터' 정윤수(왼쪽)와 T1의 '케리아' 류민석이 7일 중국 청두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트로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중국 음식도 팀워크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번에 성적이 잘 날 수 있었던 이유가 맛집을 정말 많이 갔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이어 "매니저님이나 감독·코치님들이 맛있는 식당을 미리 찾아보고 가볼 만한 곳으로 선수들을 데려가 줘서 정말 잘 먹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푸팟퐁커리'라는 태국 음식점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3일 연속 가기도 했다"며 "반면 초밥집은 별로였고 비싼 베이징 덕은 제 입맛엔 느끼했는데 오히려 배달로 먹으니 더 맛있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롤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그는 재충전과 변화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피터' 정윤수는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푹 쉬면서 롤드컵 기간 하지 못했던 운동도 다시 할 생각"이라며 "시즌을 치르며 '이런 점을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바꿔 볼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팬들에게 "이번 시즌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2026년에는 그동안 쌓아왔던 포텐을 터뜨리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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