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기대출 한 달 새 5조원 폭증
대기업대출은 5000억원 증가에 그쳐
연체율 상승·RWA 관리 부담 '경고등'
기업대출 확대로 은행의 건전성 및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한 달 새 5조원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기업 금융 확대 정책에 무게를 실은 영향이다.
각 은행들은 팔을 걷어 붙이고 생산적 금융 가속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수익성 저하와 건전성 악화라는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5조837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4조7494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지난 9월 증가 폭의 두 배가 넘게 불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은 4688억원 증가에 그치며 170조468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자금이 가계 부문에서 기업 부문으로, 그 중에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대출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를 지속하는 반면,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들은 주담대 등 가계금융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및 제조업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요 금융그룹들은 하반기 들어 생산적 금융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최근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향후 5년간 93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80조원, 84조원 규모의 5개년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역시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량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담대 증가 폭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 폭은 1조2683억원에 그쳐 잔액은 610조25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증가폭이 작다.
내년까지도 이같은 탈 가계대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은행 주담대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자산(RWA) 비중이 상향 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확대가 은행의 건전성 및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0.54%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더 큰 관건은 자본비율 관리다. 통상 주담대 등 가계대출은 위험가중치가 낮은 반면,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높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치가 높으면 대출 총액이 같더라도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RWA의 증가는 그룹의 핵심 자본비율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향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내년부터 정부가 비상장 주식의 위험가중치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기업대출 여력이 다소 확대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의 질적 성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선별적으로 내는 등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압박 속에서 리스크 관리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선별적 대출에 나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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