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실무 경영 빛났다...HD현대 지주사 체제 ‘최대 실적’(종합)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1.03 17:43  수정 2025.11.03 17:52

조선·건설기계·정유 동반 호조...실적 회복 주도

주주 환원·IPO 검토...브랜드 로열티 인상 논의

정기선HD현대 회장이 지난달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CEO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HD현대

HD현대가 3분기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지주사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조선·전력기기 부문의 견조한 실적과 정유·건설기계의 턴어라운드가 맞물리면서 그룹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그동안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현장에서 다져온 실무 경영 감각이 전 부문에 걸친 균형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7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HD현대의 전신인 현대중공업지주가 2018년 출범한 이래 가장 많은 영업이익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조2243억원으로 9.8% 늘었고 순이익은 9869억원으로 870.4% 증가했다. 조선과 전력기기 부문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유 부문이 1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며 실적을 밀어 올렸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조선·해양 부문이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고선가 선박 매출 비중 확대와 생산성 개선 등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1.4%와 164.5% 늘어난 7조5815억원과 1조538억원을 기록했다.


전력기기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도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변압기 판매가 확대되고 국내 고압차단기 매출이 늘면서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2471억원을 달성했다. 고부가 프로젝트의 실적 반영이 이어지며 분기 영업이익률은 24.8%를 올렸다.


정유 계열 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상승 효과로 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매출 7조3285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공장 가동 안정화와 효율 극대화,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건설기계 부문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글로벌 수요 회복과 신흥 및 광산 시장 공략, 애프터마켓(AM) 사업 다각화로 매출 2조526억원, 영업이익 1432억원을 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8%, 96.7% 증가한 수치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건설기계 부문 중간 지주사로 산하의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내년 1월 HD건설기계로 재출범할 계획이다. 회사는 HD건설기계 출범을 앞두고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그룹 내 지배구조와 사업 구조를 함께 정비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 HD현대 글로벌R&D센터 전경 ⓒHD현대

최근 HD현대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7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


입사 16년 만에 그룹 수장에 오른 정 회장은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영 감각과 미래 기술 확보 노력을 바탕으로, 전 계열사의 균형 잡힌 실적 성장을 이어갈 방침이다. 그간 정 회장은 현장과 전략 기획을 두루 거치며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강조해왔다.


HD현대는 주주 환원과 자회사 기업공개(IPO) 검토, 계열사 브랜드 로열티 인상 여부 결정 등에도 진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이날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과 관련해 “재무적으로 부담이 없고 주주환원에 충실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정리되면 밸류업 정책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상장과 관련해선 “HD현대로보틱스에 18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환 또는 IPO에 대해 논의했고, 상장도 투자자 엑시트의 방안 중 하나”라며 “변동성이 있어 불확실하고, 남은 기간 동안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브랜드 로열티에 대해선 “지금 내부적으로 브랜드 사용 요율에 대해서 검토 중으로, 평가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면서 “계열사별로 사업의 특성도 다르고 브랜드 활용도도 다르기 때문에 한번 보고 실제 인상 여부도 고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D현대는 주요 자회사들로부터 브랜드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HD현대는 지주사 브랜드 사용료를 매출액 기준 0.05%(5bps) 수준으로 받고 있는데, 국내 주요 지주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3년 계약 만료 시점이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요율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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