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韓 정부·기업에 총 26만개 GPU 공급
수백만 HBM 수요 이어져…삼성·SK 최대 수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큰 손' 엔비디아가 한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수백만개의 HBM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메모리 패권이 더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우리 정부를 비롯해 삼성, SK, 현대차에 각각 GPU 5만장을, 네이버클라우드에는 6만장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삼성과 SK는 GPU를 활용한 반도체 공정의 디지털 트윈화, HBM 공급 확대 등을 추진키로 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한 장에는 평균 8개의 HBM이 탑재된다. 용량별로 차이는 있으나, 단순 계산으로 26만장의 GPU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08만개의 HBM이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HBM을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기업과 미국 마이크론 정도다. 중국 업체들도 개발에 나섰지만 기술 수준은 아직 뒤처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26만장의 GPU에는 사실상 국산 HBM이 대거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경주 APEC CEO 서밋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의 칩 형제(Chip brothers)다. HBM3E(5세대), HBM4(6세대)를 넘어 HBM97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양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간 SK하이닉스가 기술력에서 앞서며 독주 체제를 이어왔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면서 208만개 물량이 양사에 고르게 분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물량이 투입된 것도 있을 테지만, 상당한 수의 HBM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슷한 물량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최태원대한상의 회장과 이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GPU 공급은 향후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업계는 이번 GPU 공급에 따른 HBM 매출 효과를 약 1조5000억~2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다양한 메모리 중에서도 HBM만이 만들어내는 수익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를 구축하며 공정 수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두게 되면서, 우리 기업에 부가되는 가치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앞으로의 기술 협력에서도 한국 반도체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루빈(Rubin)'에는 HBM4가 탑재될 예정으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향후 협력 계획을 발표하며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을 예고했다. 엔비디아 역시 언론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를 HBM4의 핵심 공급협력사(a key supply collaboration for HBM3E and HBM4)로 명시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4 등 내년 HBM 공급 물량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양사는 양산 체계를 구축하며 물량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황 CEO는 7세대 제품인 HBM4E에서도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황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의 요구 성능을 만족하는 HBM4E를 국내 기업이 공급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은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이번 공급은 단순한 GPU 거래를 넘어, 한국이 반도체 생태계에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중심축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백만개의 HBM 물량은 물론, 수율 안정화 등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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