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3초 먼저’ 내다본다…ETRI, 교통안전 패러다임 구축 [D:로그인]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1.03 07:00  수정 2025.11.03 07:00

ETRI, 예지형 보행자 안전 AI 서비스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 사전 인지·예측

천안 주요 교차로 4곳서 시범 운용

사고 위험 큰 공장 등도 적용 가능

경찰이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 한 사거리에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교차로 위 달리는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리적인 힘을 가해 막기는 어렵겠지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접목시킨다면 마냥 꿈같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같은 이야기를 실현시켰다. ETRI는 국내 최초로 ‘예지형 보행자 안전 AI 서비스’를 실증해 천안 4곳에서 운용하고 있다. 보행자 이동경로를 예측해 운전자에게 선제적 알림을 보내 대응 시간을 확보, 보행자 안전을 향상한다는 구상이다.


ETRI, 교통안전 패러다임…기존 안전 시스템 보완


우회전 차량 운전자를 위한 보행자 알림 서비스 운용.ⓒ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난해 발생한 차량과 사람 간 교통사고는 3만6347건에 이른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과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간 교통사고 형태는 횡단 중(1만3725건), 차도 통행 중(3551건), 길가장자리구역 통행 중(2074건) 구간을 가리지 않고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다.


그만큼 예측불가하다는 의미인데 최근 국내 연구진은 교차로 위 보행자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교통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ETRI는 지난 8월부터 천안역 인근 2곳과 터미널사거리 2곳 등 주요 교차로 4곳에서 국내 최초로 보행자의 미래 이동 경로를 예측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예지형 보행자 안전 AI 서비스를 실증 운용 중이다.


예지형 보행자 안전 AI 서비스는 기존 안전 시스템에 더해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횡단 예정 보행자까지 사전에 인지하고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현재 지방정부에 보급된 기존 보행자 알림 시스템은 사람이 수동으로 특정 검지(檢知)영역을 설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근처를 지나가는 보행자도 위험으로 인식해 불필요한 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또 카메라가 새로 설치되거나 방향이 변경될 때마다 검지영역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했다.


특히 보행자가 이미 도로에 진입한 후에야 경고가 울리기도 해 운전자가 이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설정된 검지영역 밖 차도 구간은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오류도 있었다.


이번 안전 서비스는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예측한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화를 둔다.


시스템은 현장에 설치된 CCTV 카메라, 운전자용 전광판, 제어기, 원격 영상 분석 서버로 구성된다. CCTV가 촬영한 영상을 기반으로 2초 이내에 도로 영역 맵을 자동 생성해 횡단보도와차도 전체를 위험 위치로 식별한다.


보행자의 미래 경로를 예측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약 3초 전부터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 알림을 보낼 수 있다.


위험 알림은 예측된 보행자의 미래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산출해 0~4단계의 단계별 위험 정보를 안내 전광판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출한다.


횡단을 할 보행자에 대해서만 경보가 발생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알림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엣지-센터 하이브리드 구조’로 고도화


ETRI는 현장 단말과 중앙 서버를 연계한 엣지-센터 하이브리드 구조를 통해 시스템을 경량화·고도화할 계획이다. 엣지-센터 하이브리드 구조는 엣지에서 보행자의 위험도 예측 영상 분석을 수행하고, 관제 및 통계 분석은 센터 서버에서 담당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또 차량의 미래 경로를 예측해 보행자에게 초지향성 스피커로 접근 차량 주의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과 자연어 기반 교통 분석 질의응답 등의 확장 기능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물류센터 등 산업안전 전반에 기술 유용


예지형 보행자 안전 시스템 구성.ⓒ한국전자통신연구원

물류센터, 공장, 건설현장 등 다양한 산업안전 분야에서도 해당 기술을 유용할 수 있다.


작업자와 지게차, 로봇, 운반차량 등 사람·장비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위험 위치를 식별해 충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선제적으로 표시하고, 단계별 위험 알림으로 관리자의 대응 시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더불어 적재물을 많이 배치하는 작업장에서도 자동으로 작업 영역 맵을 생성해 현장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작업 조건에서 불필요한 오탐을 줄이며 필요한 경보만 정확하게 선별해 알릴 수 있다.


연구진은 기술을 스마트 교통 솔루션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해 오는 2027년 본격 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국 지자체로 확대 보급해 천안 외 지자체와 추가 실증 협의도 추진할 방침이다.


문진영 ETRI 시각지능연구실 박사는 “보행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운전자에게 3초 먼저 알려준다는 새로운 교통안전 기준을 현장에서 실증했다”며 “교차로 환경을 자동으로 이해하고 위험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안전체계를 검증했다. 앞으로도 예지형 교통안전 기준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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