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 이후 차세대 성장축으로 로봇 산업 부상
AI·휴머노이드 확산에 맞춰 배터리 3사 로봇 전원 시장 진입 가속
고출력·고밀도 기술력 앞세워 글로벌 로봇 전력 생태계 선점 노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각 사 공장 및 CI. ⓒ박진희 데일리안 그래픽 디자이너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국내 배터리사들이 차세대 성장축으로 ‘로봇용 배터리’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 확산으로 로봇 산업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자 고출력·고밀도 배터리가 로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주요 K-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축적한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력 수요처 선점에 나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모두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을 본격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보조금 축소와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세로 정체된 반면 로봇 시장은 AI와 스마트팩토리 확산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로봇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고출력·경량·장시간 구동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고 고성능 배터리의 비중이 크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미국 자율주행 로봇기업 베어로보틱스와 협력해 서비스·물류 로봇용 2170 원통형 셀을 단독 공급하기로 하며 로봇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합한 고출력 셀 개발과 샘플 공급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휴머노이드 등 고성능 로봇 분야로의 진출 의지를 명확히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46시리즈 원통형 셀을 중심으로 에너지 밀도와 출력 효율을 강화해 로봇, 건설장비, UAM(도심항공교통) 등 비(非)전기차 부문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완성차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각형 배터리 기술을 로봇 시장에 맞게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제한된 공간에서도 출력과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는 고에너지밀도 각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양사는 이 배터리를 서비스 로봇 ‘DAL-e’와 다목적 플랫폼 ‘MobED’ 등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SDI는 3월 ‘인터배터리 2025’ 전시에서 현대차·기아의 로봇과 자율주행셔틀에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력을 부각했다.
SK온도 로봇 기술 내재화를 통해 배터리 생산 자동화와 로봇용 배터리 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유일로보틱스에 약 367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으며, 콜옵션을 확보해 향후 최대주주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어뒀다.
SK온은 유일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조지아 공장 등 배터리 생산라인에 적용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 구동용 배터리 기술 확보까지 연결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편, 로봇 산업이 산업용·물류용을 넘어 휴머노이드·의료·서비스 분야로 확장되면서 배터리 기술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배터리 시장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5.5%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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