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자금 지원…250억 규모 EB 발행 취소
충분한 현금 자산에 경영권 방어 목적 의혹도
경영권 및 계열사 유동성 확보 위한 방안 찾아야
광동제약 본사 ⓒ광동제약
광동제약이 250억원 규모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이 강화된 공시 기준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EB 발행에는 ‘계열사 자금 지원’이라는 공식적 명분 외에 경영권 방어라는 숨겨진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대신할 플랜B를 내놓게 될지 관심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당초 2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무이자 EB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지난 20일 관련 공시 당시 발표한 EB 발행 목적은 계열사 프리시젼바이오와 광동헬스바이오에 투자할 자금 확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허위 기재’로 판단 즉각 정정 명령을 내리며, 광동제약은 발행 공시 강화 도입 이후 1호 제제 대상이 됐다. 금감원이 허위 기재라고 판단한 결정적 근거는 재매각 계획에 대한 부분이다.
광동제약은 “EB를 대신증권이 전액 인수하며 재매각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으나 금감원은 “대신제약이 광동제약의 EB를 인수 당일 처분하기로 계획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에 기재된 내용 또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광동제약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자사주를 무리하게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8일 광동제약은 EB 발행을 취소한다고 최종 공시했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프리시젼바이오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풋옵션) 도래와 광동헬스바이오의 운영·시설 자금 지원을 위해 교환사채 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지난 6월 반기 보고서 기준 광동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녹십자의 현금 자산이 716억원, 한미약품의 현금 자산이 78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광동제약의 유동성은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2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사주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EB 발행의 진짜 목적이 '자금 조달'이 아닌 '경영권 방어'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지분은 6.59%로 오너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도 18.37%에 불과하다. 반면 2대 주주인 미국계 투자자 피델리티의 지분은 9.99%에 달해 경영권 분쟁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광동제약이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EB 발행을 통해 우호 세력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번에 발행하려던 물량은 발행 주식수의 7%에 달하는 규모로 만약 이 물량이 오너가에게 우호적인 3자에게 넘어갔다면 오너가는 단숨에 지배력을 7%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최근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자사주 소각과는 반대되는 행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광동제약이 EB 발행을 취소하며 명목상의 목적이었던 계열사 프리시젼바이오와 광동헬스바이오 자금 지원 계획도 무산됐다. 올해 상반기 프리시젼바이오의 매출은 95억원, 영업손실은 30억원에 달한다. 광동헬스바이오 또한 지난해 기준 매출 655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EB 발행 무산에 따라 광동제약은 이들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현금성 자산을 직접 투입하거나 금융 기관 차입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관계자는 “개정된 공시 기준이 적용된 이후 첫 사례인 만큼 EB 발행 계획을 더욱 엄격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등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이 시장의 큰 흐름이 된 상황에서, 오히려 이를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활용하려 한 시도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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