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의 자영업, 이제는 금융을 다시 설계할 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21 07:07  수정 2025.10.21 07:07

대출 연체 자영업자 4년 새 10배 ↑… 빚 증가·소비 부진, 직접 원인

기존 상환 유예 한계…생산성 중심 금융 및 디지털 혁신 지원이 절실

금융 구조 재설계 통한 재기 지원으로 자영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 성장 기대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흔히 '자영업자의 빚 문제'는 개인의 무책임이나 단순한 경기 부침 탓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 자영업 현장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대출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불과 4년 만에 1만명에서 10만명으로 10배나 증가했다. 부채 연체 총액 역시 3조7000억원에서 27조원으로 7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20대 이하와 60대 이상 취약계층에서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해당 수치는 단순한 금융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4년 사이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증한 생활형 창업과 과도한 신용대출, 생활물가의 높은 수준으로 인해 한계치에 다다른 소비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영업자의 현금 흐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음식점·숙박업·소매업 등 핵심 자영업 업종들의 폐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10%를 훌쩍 넘는다. 이는 단순한 '자영업자의 실패'가 아니라 금융체계의 취약, 사회안전망 부재가 함께 만들어 낸 위기이다.


이들 자영업자의 경제 현실은 뭔가 잘못됐음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황 속에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소비는 위축되어 매출이 줄었지만, 고정비용은 줄일 수 없다.


대출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도 가중되어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다 보니 쉽게 폐업으로 내몰리지만 자영업자는 폐업 비용과 구직 환경의 어려움 때문에 쉽게 문을 닫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그간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으로 위기 완화를 도모했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 처방에 그쳤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의 빚 규모는 여전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유예가 끝나면 다시 연체로 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단순한 시간벌기가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는 '생존형 금융'에서 '생산성 중심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기존 상환 유예에서 나아가 채무 조정과 이자 인하, 사업 전환 지원을 병행하는 실질적 재기를 위한 금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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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새출발기금과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해 채무 부담을 줄이고 경영환경 개선을 돕는 전 단계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금융기관들은 단순 신용 점수보다는 사업 생산성 및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혁신적 금융 평가 방식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시스템’과 ‘마이 비즈니스 데이터(My Business Data)'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해당 시스템들은 금융거래의 기록 외에도 전기요금 납부 이력, 공제금 납입, 매출 변동, 상환 성실도 등 실제 영업활동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반영해 신용도를 산출한다.


이를 통해 기존 신용평점이 낮아 대출받기 어려웠던 영세 자영업자 상당수가 신용 평점이 오르고 대출 기회가 확대됐다. 전기료 납부 정보만으로도 영업 연속성과 성장을 판단해 약 36% 소상공인의 신용평점 상승효과가 확인되었다.


또한,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협력해 자영업자의 사업 잠재력을 키울 금융 상품을 개발하면, 자금의 흐름도 건전해진다. 금융이 위험 부담이 아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맞춤형 금융지원 패키지'를 통해 디지털 전환, 매출 증가, 고용 확장 등 성장성이 높은 자영업자에 우대금리와 높은 대출 한도를 제공해 생산성 중심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소비자 대상 맞춤소비 정보 제공과 자영업자를 위한 상권정보 분석서비스 지원을 통해 민간소비 진작과 자영업자의 매출증대란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카드사에게 관련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디지털 경영 혁신 지원에도 집중해야 한다. 온라인 판로 확대, 스마트 주문 및 배달 시스템 도입, 마케팅 디지털화 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디지털 전환 펀드를 조성해 자영업자가 손쉽게 최신 경영 도구와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금융과 컨설팅을 결합하는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금융 구조와 정책의 전환은 단기 부실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자영업자가 은퇴가 아닌 재기를 꿈꾸고, 금융이 짐이 아닌 동반자가 될 때 지속 가능한 생존과 성장이 가능해진다.


현장의 자영업자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및 금융 시스템의 부족과 미흡함이 만든 희생양이다. '대출 못 갚는 자영업자 10배 증가'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사회경제적 경보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 당장 이 위기를 '시간벌기'가 아닌 '구조혁신'의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자영업 금융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데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 자영업자가 진정한 재기와 지속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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