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토크 콘서트 개최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강조
지난해 FDA 문턱 넘은 렉라자,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국내 제약사 약점으로 꼽힌 CMC, 품질관리 역량 절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개방적 혁신을 통한 협력’과 ‘뚝심 있는 연구개발’을 통한 역량 축적이 제시됐다. 지난해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렉라자’ 또한 이러한 개방형 혁신이 낳은 대표적인 결과물로 꼽혔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략 토크 콘서트’에서 업계 리더들은 각기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가 나아갈 길을 조망했다.
이날 첫 연사로 나선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 총괄 사장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을 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조’ 단위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신약만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고, 수 많은 실패가 동반되는 신약 개발을 지속할 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상위 20개 글로벌 빅파마는 전체 승인 약물 471개 중 36개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확보하고 있었다. 7% 수준인 블록버스터 신약 매출 비중은 70%에 달했다.
김 사장은 “1등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게 하지 않으면, 후속 신약을 개발할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10여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바이오 벤처나 대학에서 유망 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을 거쳐 가치를 높인 뒤 상업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국산 3세대 폐암 신약 렉라자도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렉라자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해 임상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유한양행이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기술이전, 지난해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FDA 문턱을 넘었다.
김 사장은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초기 개발에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그 이후의 전략이나 특히 임상 개발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런 단계에서 기업이 이어받아 전문성을 투입하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후보물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FDA 문을 두드린 경험을 공유했다.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자사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가 네 번째 도전 만에 FDA 승인을 받은 과정을 소개하며, 국내 제약 기업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CMC( 제조 및 품질관리)를 지목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 FDA가 발행한 보완요청서(CRL) 70% 이상은 CMC 문제로, 알리글로 역시 같은 문제로 세 번의 CRL을 받았다”면서 “신약 개발은 결국 역량 축적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결국 규제와 관련된 전문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식약처와 제조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인 로드맵을 함께 그려야 한다”며 규제기관의 파트너 역할을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을 넘어선 정부의 역할과 산업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은 “중국이 정부의 전략적 육성책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제약·바이오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도 촉구했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제조 기술에 장점을 보이는 만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며 “예산 확대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신뢰 자산을 쌓고 행정 부담을 줄여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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