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에 집중된 세제 혜택을 대중음악 분야로 확대하는 ‘음악 산업 세액공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업계는 제작비 부담을 덜고 재투자를 활성화할 기회라며 환영하고 있다. 특히 음악 생태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 레이블의 성장을 도와 케이팝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제도의 혜택이 대형 기획사에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실효성 있는 설계가 과제로 남았다.
지난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K-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영상 콘텐츠의 경우 제작비의 일정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고 내년부터 웹툰 분야에도 적용 예정이지만 게임과 음악은 제외되어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음악 산업에 세액공제가 도입될 경우 향후 5년간 약 28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입되는 음악 산업의 제작 현실을 고려할 때, 세제 지원은 산업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휘영 장관이 선언한 ‘K컬처 300조 원 시대’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산업 기반 강화는 필수적이라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이번 논의는 음악 산업의 다양성을 책임지는 소규모 제작사의 현실에 주목했다. 이주엽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이사는 토론회에서 중소 레이블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정책적 지원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이 이사는 “케이팝의 성공은 결코 하루아침에 온 것이 아니며, 그 바탕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수많은 중소 레이블과 뮤지션들의 실험적 창작과 시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레이블이 있어야 음악적 다양성이 커지고 상상력의 저변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대로 된 음반 한 장을 제작하는 데 수천만 원이 들어가지만, 원 단위에 불과한 스트리밍 단가와 제한된 노출 기회 탓에 제작비 회수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주요 플레이리스트와 방송 노출 기회가 대형 기획사에 쏠려 있어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대중과 만나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고착화됐다.
여기에 정책적 인식 부족도 문제로 꼽혔다. 이 이사는 “작은 제작사와 인디 뮤지션은 산업적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시선이 지원 접근성을 막고, 공적 지원금 배분에서도 뒤로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액공제는 중소 음악 제작사의 생존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이사는 “콘텐츠 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은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제 지원을 통해 중소 레이블이 잠재력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고,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실험적 창작을 지속할 환경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해외 진출 과정의 비용 부담을 줄여 한국 음악이 다양한 경로로 확산하고, 안정적인 고용 구조를 마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는 “조세지원제도의 개선은 단순히 생존을 돕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지원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사회에 돌려드릴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과제도 명확하다. 세액공제 혜택이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소수의 대형 기획사에만 집중될 경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 음악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공제 기준과 범위 설정이 필수적이다. 풀뿌리 기획사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고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2의 BTS’를 키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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