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주총까지"…분쟁의 종착역은 아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년-하]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0.08 09:00  수정 2025.10.08 09:00

정기주총서 순환출자 공방 끝에 이사회 주도권 확보

영풍·MBK, 효력정지 가처분 이어가며 법정 다툼 지속

홈플러스 사례까지 거론되며 여론전 격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모습. ⓒ고려아연

지난해 가을부터 불붙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공개매수와 임시주총을 거쳐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다시 한 번 분수령을 맞았다. 임시 주총에서 순환출자 공방으로 의결권을 제한당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정기주총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고려아연 측의 대응으로 또다시 막혀버렸다.


고려아연은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자회사 지분을 추가 매입해 영풍과의 상호출자 고리를 다시 형성하며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다. 영풍이 배당을 통해 상호주 관계가 끊겼다고 주장했지만, 고려아연은 개시 시각 전에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논리로 맞섰다.


영풍-MBK 연합이 이에 반발해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전날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이날 고려아연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됐다.


회의장에서는 양측 대리인 간 고성이 오가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표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진한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서 이사회 우위는 최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 정기주총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진입했으나, 전체적으로는 고려아연 측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이사회는 총 19명 체제지만 소송으로 직무집행이 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고려아연 측이 11명, 영풍-MBK 측이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내년 3월에는 고려아연 측 5명, 영풍 측 1명 등 6명의 이사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이 경우 다시 치러질 주총에서 어느 쪽이 후임 이사를 다수 확보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가 정식으로 적용되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 측의 법적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임시·정기주총의 결의 효력을 문제 삼으며 잇따라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상당 부분에서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이 중 일부 안건에 대해선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며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은 24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5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양측은 여론전에서도 거친 수위를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을 “단기 차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와 결탁한 세력”이라 규정했고, 영풍은 “최 회장이 편법을 반복하며 법질서를 무시한다”고 반격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MBK가 과거 홈플러스 인수 후 단기 차익만을 추구해 고용·투자가 위축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국가기간산업까지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길을 걷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반대로 영풍-MBK 연합은 “투명한 경영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최 회장의 경영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신용등급이 소폭 하락했고, 영풍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소모적인 갈등이 이어질 경우 투자와 ESG 경영,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분쟁 1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기업가치 훼손에만 올인하는 MBK·영풍에 맞서 끝까지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했고, 영풍은 “투명한 경영 체제 구축을 완수할 것”이라며 맞섰다.


결국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단기간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주주총회가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지만, 법원 판결과 소송 결과가 누적되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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