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대출이?…역대 최대 신용사면, ‘빛 좋은 개살구’ 될라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10.02 07:03  수정 2025.10.02 07:03

370만명 연말까지 상환하면 신용 회복

신용점수 오르더라도, 소득·상환 능력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구제책 되기보다, 또 한 번의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수도”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370만명 규모의 역대 최대 신용사면을 내세웠다. 신용사면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지난 8월 중 발생한 5000만원 이하 연체를 올해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이들이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370만명 규모의 역대 최대 신용사면을 단행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체 이력을 지워주고 신용점수를 끌어올린다 해도 실제 은행 대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고, 일시적인 신용 회복이 재기의 기회가 되기보다는 또 다시 연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30일부터 연체 채무를 전액 상환한 개인과 개인사업자의 신용회복 지원을 전격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용사면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지난 8월 중 발생한 5000만원 이하 연체를 올해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이들이다.


개인 295만명, 개인사업자 75만명 등 총 370만명이 대상이며, 연말까지 연체액을 갚으면 별도 신청 없이 신용점수가 평균 30~40점 오른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서민과 소상공인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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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면으로 신용점수가 오르더라도 소득과 상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평가 체계상 1금융권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 그나마 2금융권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재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들을 무차별적으로 풀어주는 조치가 실제 금융 안정성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고금리·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 연체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면 대상 차주가 다시 연체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면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우량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사면 대상이 제도권 금융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대다수 차주가 여전히 저신용·저소득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1금융권으로의 접근은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계속 거론돼 오던 도덕적 해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반복해온 신용사면 공약이 채무자들에게 “어차피 또 사면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를 끝까지 성실히 갚으려는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고, 건전한 신용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성과에 집착한 무분별한 사면 남발은 결국 금융시장 안정성에 독”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의 특단 조치가 금융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기보다, 또 한 번의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며 “대규모 신용사면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날지, 아니면 제도권 금융 복귀의 마중물이 될지는 당분간 냉엄한 시장 현실 속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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