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심리, 반도체 생산 업체서 인프라 업종으로 확대
오라클, 클라우드 수요로 주가 폭등…한국도 클라우드 분야 주목해야
"AI 매출 성장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 클라우드 산업…국내 수혜 기업 찾아봐야"
AI 밸류체인에 투심…정부 정책 모멘텀도 국내 관련 기업 주가 상승에 영향 미칠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대한민국, AI로 날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 곡선을 그리자 우리 증시도 같은 흐름을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엔비디아 등 반도체 생산 업체에 집중됐던 투자 심리가 오라클 등 인프라 업종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AI 밸류체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0.99% 오른 3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1만5000원에 거래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전장보다 1.10% 상승한 7만3400원에 마감했다.
미국발 AI 훈풍이 국내 반도체주 주가를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간밤 미국에선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오라클의 실적 발표가 AI 관련주 상승을 견인했다.
오라클은 2026년 1분기 회계연도(FY1Q26) 공시에서 4550억 달러(약 633조원) 규모의 수주잔고(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를 공개했다. RPO는 제조업 수주잔고와 유사한 수치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간주된다.
컨퍼런스콜 내용까지 감안하면, RPO 대부분은 클라우드 인프라 관련 수요,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이전 수요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기대 이상의 실적 발표로 뉴욕 증시에선 오라클(36%)을 비롯해 브로드컴(9.8%), 엔비디아(3.9%) 등 AI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서버 업체 주가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크 투자의 고민 중 하나는 2026년까지 AI 투자 확대가 지속된 이후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며 "오라클의 RPO 서프라이즈는 우려를 강하게 완화시켜주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 호재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네오 클라우드 업체 네비우스와 오는 2031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은 점, 오픈AI와 브로드컴이 '맞춤형(XPU) 칩' 개발에 나서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하면, AI 사이클은 상당 기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관련 연설에 나선 모습(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 증시가 AI 사이클을 디딤돌 삼아 도약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반도체주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혜주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AI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밀려난 영향이지만, AI 밸류체인 전반에 온기가 퍼지는 상황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 성장과 함께 클라우드 사업부 성과가 빅테크 주가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해당 사업부가 빈약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AI로 인한 매출 성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가 클라우드 산업"이라며 "국내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을 찾아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AI 밸류체인으로 투자심리가 번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 정책 모멘텀도 국내 관련 기업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건 정부는 내년도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2배 이상 늘렸다.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 등 전략산업에 집중 투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AI 정책은 크게 인프라 구축, 서비스 전환, 인재 투자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요성과 AI 서비스 전환 가속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업자(Cloud Service Provider·CSP)의 가치가 더욱 커지며 AI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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