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역대급 성과급의 두 얼굴 [기자수첩-산업]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9.08 07:00  수정 2025.09.08 07:00

내부적으론 노사간 신뢰·몰입 강화 동력

외부적으론 '기업 압박 신호' 우려 시선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SK하이닉스 노사가 약 3개월간 이어진 2025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끝에 역대급 성과급(PS·초과이익분배금) 내용이 담긴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합의안의 핵심은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SK하이닉스 직원 1인당 1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다.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거둔 성과가 온전히 구성원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하러 가자. 삼성이 따라온다더라" "외화를 벌어오는 영웅호걸들의 시간이다" 등 소위 '충성 인증글'이 이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찬양하는 글도 잇따랐다. SK하이닉스가 '새 역사'를 써낸 건 2012년 최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이슈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꼭 같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과급이 노동자들의 기업 압박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성과급 개선안에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노동조합이 잇달아 성과급 개편을 요구하며 "그룹 차원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 기업의 보상 정책이 업계 전반의 갈등과 압박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호황기에 대규모 보상이 당연시되면 불황기에도 동일한 기대치가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기업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장기적 투자 여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다. 한 번 높아진 보상 기준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결국 이번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두 얼굴을 지닌다. 내부적으로는 신뢰와 몰입을 강화하는 긍정적 동력이지만, 외부적으로는 '보상 압박의 전례'를 남길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성과와 시그널 사이, 그 미묘한 균형 위에 SK하이닉스의 다음 발걸음이 놓여 있다. 이번 성과급은 과거의 성과를 돌아보는 축하이자,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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