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 속에도 기술·신용은 '긍정적'…시험대 오른 SK하이닉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8.26 15:15  수정 2025.08.26 15:35

세계 최초 321단 낸드 기술력에 신용평가 상향

노란봉투법 대외 악재에 노조 파업도 우려

SK하이닉스가 양산 개시한 321단 QLC 낸드 신제품ⓒ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대내적으로는 파업 가능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전망 상향조정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 개발 성과가 연이어 나오며 시장의 신뢰를 받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신용평가와 피치가 지난 25일 SK하이닉스의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신용등급은 BBB를 유지했다. 앞서 7월 무디스에 이어 국제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SK하이닉스의 신용 여력이 개선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S&P는 "SK하이닉스가 향후 1~2년간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의 탄탄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재무제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상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로 HBM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선두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이러한 HBM 특수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도 "HBM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SK하이닉스 향상된 성과의 주요 동력"이라며 "SK하이닉스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40% 수준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더욱 상승해 보다 안정적인 매출 창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적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같은날인 지난 25일 세계 최초로 321단 2Tb(테라비트) 쿼드레벨셀(QLC) 낸드 플래시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를 QLC 방식으로 구현하며 QLC 방식을 적용한 제품도 양산하게 된 것이다.


이 제품은 현존하는 낸드 제품 중 최고의 집적도를 가지며,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 빨라지고 쓰기 성능은 최대 56%, 읽기 성능은 18% 개선됐다. 데이터 쓰기 전력 효율도 23% 이상 증가해 저전력이 요구되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7월 10차례 교섭 끝에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강경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기준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지급률을 현행 1000%에서 1700% 이상으로 올리는 단계적 지급 방식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달성하며 올해 초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1500%에 해당하는 PS와 자사주 30주를 지급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최근 최태원 회장이 참석하는 SK그룹 이천포럼 일정에 맞춰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는 등 사측과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만약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SK하이닉스 창사 이래 첫 파업 사례가 된다. 이번주 노사는 막판 추가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4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한미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행보에 나선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기술 성과와 신용 개선이 국가적 외교 무대와 맞물리는 시점에서, 내부 노사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가 회사의 향후 성장 동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