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젠슨황 '뜨거운 포옹'…韓기업, 대규모 투자로 '제조업 르네상스' 연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8.26 10:08  수정 2025.08.26 10:42

한국 주요 기업, 미국에 1500억 달러 규모 투자 약속

조선·원전·반도체·AI·바이오 등서 대규모 협력키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약 200조원(1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은 물론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까지 포괄하는 대규모 협력을 통해 양국이 '제조업 르네상스'를 함께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열고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측에서는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재현 CJ 회장, 구자은 LS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CEO 16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칼라일그룹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회장,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게리 딕커슨 CEO, 다나허 라이너 블레어 CEO 등 글로벌 기업 최고위 경영진과 구글, IBM, 보잉, 록히드마틴, GE, GM, 오픈AI 등이 자리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 기업인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류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서 韓 투자 계획 밝혀
"한미 함께한다면 제조업 새 황금시대 열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류진 회장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는 "한국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약 1500억 달러(209조원)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공급망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함께한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미국의 혁신 역량에 한국의 높은 제조 기술이 결합되면 양국은 최상의 시너지를 만드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단순히 생산시설 확대를 넘어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같은 전략산업에 걸쳐 공급망과 기술을 공유하는 큰 틀의 상생협력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미 협력이 그동안 양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한미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다짐했다. 또 AI시대 새롭게 떠오르는 에너지 문제 해결과 AI를 활용한 제조업 첨단화 등을 논의하고, 방산 및 우주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 아젠다를 모색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공동 R&D와 기술협력의 이니셔티브 제안 등 포부를 밝혔다. 특히 핵심 협력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태원 대한상의회장 겸 SK그룹 회장(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 기업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HD현대, 美 조선소 인수 투자 프로그램 조성
삼성중공업, 美 해군 선박 공동 건조 등 협력
대한항공, 보잉 항공기 103대 신규 도입 계약
고려아연, 美 방산기업에 게르마늄 장기 공급


라운드테이블 직후에는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MOU가 체결됐다. 세부적으로는 조선분야에서 HD현대, 한국산업은행, 서버러스 캐피탈은 미국 조선업과 해양 물류 인프라 협력을 통한 공동투자펀드 조성을 합의했고,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 및 선박 공동 건조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원자력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확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항공분야에선 대한항공이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362억달러 규모)를 신규 도입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보잉 항공기 도입 추진은 통합 이후 성장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의 일환이다. 펜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항공기 주문시점을 당기는 추세를 감안해 2030년대 중후반까지의 선제적 항공기 투자 전략을 수립한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구매 및 정비 위탁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가스공사는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약 10년간 연 330만t 미국산 LNG 신규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 고려아연은 국내 공장에서 게르마늄 상업 생산을 시작하는 2028년부터 글로벌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에 게르마늄 장기 공급하기로 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협약을 두고 "정부는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체결을 통해 양국 기업이 공공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현대차, 美에 4년간 260억달러 투자…로봇 공장도 신설


이와 별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한화 36조180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발표한 2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로,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확대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저탄소 고품질의 강판을 생산,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도 신설한다. 신 로봇 공장을 미국 내 로봇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시킴으로서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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