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성장 공식 깬 신인급 아이돌, 케이팝 이끌 ‘빅머니’로 우뚝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8.13 07:27  수정 2025.08.13 07:27

과거 케이팝 산업에서 신인 그룹은 오랜 시간 팬덤을 구축하고 선배 그룹의 후광에 의지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공 공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공식은 완전히 깨졌다. 데뷔와 동시에 소속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급부상하며 케이팝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슈퍼 루키’들의 등장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라이즈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4세대 아이돌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고, 최근 데뷔한 신인 그룹들을 통해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하이브의 뉴진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아이브,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 등은 데뷔 초부터 소속사 실적을 견인한 대표적인 사례다.


뉴진스는 케이팝 시장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룹이다. 2022년 7월 데뷔한 뉴진스는 기존의 프로모션 공식을 과감히 탈피한 전략으로 단숨에 팬덤을 사로잡았다. 데뷔 앨범 ‘뉴 진스’(New Jeans)는 발매 첫 주 31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신기록을 세웠고, 이는 소속사 하이브의 2022년 3분기 실적에 유의미한 기여를 했다. 당시 하이브는 뉴진스의 앨범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2022년 3분기 매출 4455억원, 영업이익 60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인 그룹의 성과가 대형 기획사의 분기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브 역시 데뷔와 동시에 케이팝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21년 12월 데뷔한 아이브는 데뷔곡 ‘이븐’(ELEVEN)으로 단 7일 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의 성공은 소속사의 실적 성장으로 직결됐다. 아이브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인 카카오의 음악 부문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연이은 앨범의 히트로 스타쉽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신인 그룹들이 데뷔 초부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신속 성장’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과거에는 방송 활동이나 콘서트를 통해 점진적으로 팬덤을 쌓아야 했지만, 이제는 데뷔 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온라인에 공개하며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구축된 강력한 글로벌 팬덤은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앨범 구매력으로 이어진다. 팬덤의 충성도를 수익으로 직결시키는 MD 판매 역시 중요한 수익원이다. 데뷔 초부터 월드투어가 가능해진 것도 이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신인 그룹의 대규모 해외 공연은 앨범 판매와 더불어 기획사의 매출을 극대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데뷔한 하이브의 아일릿, SM의 라이즈, YG의 베이비몬스터 등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데뷔하자마자 국내외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앨범 판매량에서 신기록을 경신하며 선배 그룹 못지않은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2분기 주요 기획사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이들 신인 그룹의 활약이 소속사 전체의 성장을 견인했음이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한 예로, 라이즈는 첫 정규 앨범 ‘라이징’(RIIZING)으로 193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SM의 분기 앨범 판매량 신기록(579만장)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앨범 판매뿐만 아니라 MD 및 라이선싱 부문에서도 라이즈의 기여는 돋보였다. 라이즈의 캐릭터 팝업 스토어 등이 큰 인기를 끌며 SM의 2분기 MD/라이선싱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6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라이즈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케이팝 산업에서 신인 그룹은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 대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데뷔와 동시에 현재의 실적을 책임지는 핵심 동력이자 리스크를 분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빅머니’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며 “잘 만들어진 신인 IP 하나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 때문에 케이팝 기획사들의 ‘루키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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